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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황색 야채의 비밀 Ⅲ

면역력을 높이는 야채와 과일

  • 입력 2016.12.22 15:25
  • 기자명 이엠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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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석 원
서울내과 원장, 연세의대 임상지도교수, 대한 암협회 이사,
대한 임상건강의학회 학술이사, 대한 임상암예방학회 학술이사, 대한 기능영양의학회 학술이사, 저서 <희망을 주는 암치료법>, <암예방과 치료법> 등 다수
 

식품으로 백혈구를 강화한다.
야채와 과일 등 식품은 오랫동안 영양학이라는 관점에서 다루어져 왔지만 최근 영양소의 작용과 다른 기능 즉 생체조절기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주목받게 되었다. 우리 인체의 면역감시기구는 주로 백혈구가 담당하고 있다. 이 백혈구는 체외에서 침입한 이물질뿐만 아니라 체내에서 매일 생기고 있는 돌연변이세포, 암세포들을 제거하고 있다. 또한 면역감시기구를 구성하는 세포 중에 암세포 수가 극히 적은 초기단계에 이를 공격하는 주된 세포인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 NK cell)가 있다. 생체면역력의 지표로 알려진 NK세포는 그 활성강도에 따라 암에 걸릴 확률에 차이가 있다고 2000년 10월 일본 암학회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가 있어 소개해 드리겠다.

NK활성은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구 중 NK세포의 작용강도를 표시한 것으로 NK세포는 암세포 등을 사멸시키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일본 사이타마 암 센터 연구팀은 지난 1986년 사이타마 현내 40~80세 남녀 약 3,500명의 혈액으로부터 NK세포를 채취, 이를 암세포와 혼합해 NK세포가 암세포를 어느 정도 사멸시키는 지를 조사하는 방법으로 대상자의 NK세포 활성강도를 조사했다. 그리고 발암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1997년까지 대상자를 추적 조사했다. NK세포 활성강도를 고, 중, 저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저 그룹은 중, 고 그룹에 비해 약 2배 정도 암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녹황색 채소와 과일 섭취 그리고 적당한 운동으로 NK세포 활성을 높이는 것이 암을 예방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식생활과 암 예방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 자료를 검토하면서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는 사람은 암발생률이 적을 뿐만 아니라 성인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공통된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은 아마 야채와 과일 성분이 백혈구를 활성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야채 성분은 정말로 백혈구를 강하게 하는가?
면역감시기구를 담당하는 백혈구 수의 감소는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에 의해 백혈구 수가 감소하면 감염증에 걸리기 쉽고 경우에 따라서는 패혈증을 일으켜 사망하기도 한다. 현재 백혈구 수를 늘리기 위해 면역증강제나 과립구 군락 촉진인자(Granulocyte colony stimulating factor, G-CSF) 등의 사이토카인이 약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야채에도 백혈구를 증가시키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백혈구의 기능은 백혈구 자신이 분비하는 사이토카인에 의해 이루어진다. 백혈구가 분비하는 여러 사이토카인 중 암세포 증식억제 사이토카인인 종양괴사인자(tumor necrosis factor, TNF)가 야채성분에 의해 활성화된다.

종양괴사인자(TNF)는 활성화된 대식세포(마크로파지)가 분비하는 물질로 암세포를 공격하여 파괴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야채성분이 종양괴사인자(TNF)의 활성화를 촉진하는지의 유무는 동물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야채성분을 쥐에게 사료로 먹이거나 정맥 주사하게 되면 대식세포(마크로파지)가 TNF를 생산하여 그것이 혈액 내에 유리된다. 이 양을 측정하면 야채 안에 백혈구 활성화 물질이 존재하는지의 유무, 그리고 어느 정도의 강도로 백혈구를 활성화하는가를 조사 할 수 있다.

종양괴사인자(TNF)를 지표로 하여 야채의 종류에 따라 백혈구의 활성화 정도를 실험한 결과가 있어 소개해 드리겠다. 일본 데이교 대학 약학부의 야마자끼 마사도시교수는 쥐에게 대식세포(마크로파지)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되는 야채즙을 정맥 주사하여 종양괴사인자(TNF)가 혈액 내에 얼마나 분비되는지 실험하였다.

그 결과 마늘, 양배추, 가지, 무, 파 등의 담색채소를 주사한 쥐가 증류수를 주사한 쥐에 비해 TNF 수치가 무려 10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또 당근, 시금치, 파슬리, 오이, 피망 등에도 크건 작건 TNF 분비효과가 있다고 한다. 야채는 본래 먹는 것이므로 먹었을 때는 어떨까 해서 먹이로 주고 같은 실험을 해 보았다. 그 결과 TNF치가 정맥주사에 비하면 상당히 낮아졌지만 TNF를 분비하는 경향은 같았다. 이는 야채가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까지 인체에 좋은 야채는 녹황색 채소로 알고 있는데 이 실험 결과에서 보면 백혈구 수를 증가시켜 면역기능을 강화시키는 기능은 담색채소가 녹황색 채소보다 더 강하다. 녹황색 채소는 겉과 속이 녹황색 색소를 머금은 야채로 당근, 시금치, 파슬리, 피망 등이 있다.
반면에 색소가 옅게 배어 있는 마늘, 양배추, 가지, 오이, 무, 파 등은 담색채소이다.

또 백혈구를 증가시키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 야채들을 살펴보면 비타민이 풍부한 야채는 아니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즉 TNF를 만들어 내는 서열은 비타민 함유의 서열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우리들이 주식으로 하고 있는 쌀이나 감자에는 백혈구 증가작용이 없다. 백혈구 수를 늘리는 성분은 야채나 과일에는 풍부하게 존재하지만 에너지원으로 다량 섭취하는 것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