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약사사 종소리를 들었네

  • 입력 2017.01.25 17:31
  • 기자명 MD저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즈음은 게을러져서 아침 개화산 산책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고 개화산 약사사를 다녀 온 게 언제인지도 기억에 가물거린다. 그러나 몇 년 동안 해 오던 일이라 늘 개화산에 가고 싶고 약사사에도 언제 한 번 들러야 할 텐데 하는 마음으로 지내다가 지난 봄 어느 날인가 퇴근길에 약사사를 찾았다. 마음도 울적하고 해서 저녁 예불을 드리고 귀가하고 싶어서였다. 늦은 봄날이라 해가 제법 길어져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지만 저녁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잠깐 법당에 들러 절이나 하고 가야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갔는데, 약사사 입구에서 둔중한 종소리를 들었다. 어두워지는 하늘로 굵은 파동을 만들며 퍼져가는 종소리가 눈에 보이는 듯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방향을 가리지 않고 힘차게 퍼져나가며 공기를 흔들고 산을 흔들며 나의 정신도 흔드는 것을 느꼈다. 내가 지은 죄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무엇인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을 인정하게 만드는 준엄한 꾸짖음 소리처럼 들렸다.

타종을 하는 스님에게 합장 인사를 드린 후 법당으로 들어가려니, 저녁 예불시간이라 스님이 독경을 하고 많은 신도들이 앉아 있어 그냥 나왔다. 아무도 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겠지만, 예불의 분위기를 방해하는 듯 느껴지기도 하고 괜스레 주눅이 들어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법당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경내 가운데 있는 삼층석탑 앞에서 합장 삼배하고 나오는데 정문 가까이에 있는 정자 근처의 커다란 나무에, 벌레를 물고 앉아있던 새 한 마리가 둥치 쪽으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나무를 떠나 날아가는 것이 아니고 나무 둥치에서 그냥 사라졌다. 순간, 그 나무에 새끼를 기르는 둥지가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조금 기다려 보니 나무 둥치 중간쯤에 나 있는 좁은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는 어미 새의 머리가 보였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종소리가 퍼져나가는 방향으로 종소리처럼 거침없이 날아갔다.

물고 간 벌레로는 다 먹이지 못할 만큼 기르고 있는 새끼들이 많은 것 같았다. 스마트폰의 손전등을 사용하여 좁은 구멍으로 들어다보려 하였으나 입구가 너무 좁고 각도가 맞지 않아 깊은 곳은 보이지 않았다. 귀를 기울여보니 새끼 새들의 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가냘프고 연약한 존재가 도움을 구하는 소리였다. 어미가 아니라도 돌보아주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소리였다. 어린 아들을 키울 때를 떠올려 주는 소리였다. 날개의 힘닿는 대로 힘차게 날게 하는 소리였다. 어두웠던 마음을 환하게 만들어주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