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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세균이 비만을 일으킨다

◆ 장내 세균이 인생을 바꾼다

사람의 장 속에는 매우 많은 세균이 살고 있다. 그 수는 무려 100조이상이며,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 수는 대략 70억이기 때문에 그 수보다 1만 배나 많은 세균이 사람의 장 속에 살고 있는 셈이 된다. 사람이 가진 유전자 수는 대략 2만 수천 개라고 알려졌으나, 장내 세균이 가진 유전자 수는 100배나 더 많다고 한다. 장내 세균은 사람이 먹은 음식물을 이용하며, 사람에게 도움을 주거나 경쟁하며 살아가는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런 장 속의 세균을 만든 생태계가 마치 꽃이 만발한 커다란 정원 같다는 이미지에서 예전에는 장 플로라(intestinal flora, 장내세균총)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장내 세균 전체의 유전자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세균과 그 유전자 및 유전자 산물 전체를 하나로 묶어 “마이크로바이옴(mcicrobiome)”이라고 부른다.

옛날부터 변비가 있는 사람이 유산균 음료인 요구르트를 먹으면 대변이 잘 나와 뱃 속이 편해지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장내 세균의 한 종류인 유산균을 넣어서 장 건강이 좋아 진 것이다. 그런데 장내 세균이 변비를 좋게 하는 장 건강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만성 질환과의 관계가 알려진 것이다. 즉 현대인에게 고민인 비만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장내 세균의 중요성이 알려졌다. 또한 당뇨병이나 동맥경화증에도 장내 세균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알려졌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사망 원인의 1위를 차지하여 누구나 두려워하는 암의 발생에도 장내 세균이 관여한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우울증이나 자폐증과 장내 세균의 관여가 밝혀져 장내 세균의 중요성이 행동 감정 조절에도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반상식을 넘는 수준에서 장내 미생물이 전신의 건강과 미용, 매일의 삶과 깊이 관련되고 있는 것이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장내 세균은 사람이 인생을 즐겁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중요한 동반자이며, 가족이나 친구 정도로 소중히 해야 할, 자신의 몸안에 있는 또 하나의 나라고 생각해야 한다.

◆ 비만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장내 세균이다

우리 주위에는 잘 먹어도 전혀 살이 찌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반면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체질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역시 비만은 유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실 “비만 유전자”가 발견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제 비만을 정복할 길이 열렸다고 크게 기대했다. 그런데 이런 비만 유전자의 이상에 의한 비만은 얼마 안 되어 다시 사람들을 실망 시켰다. 비만이 섭취하는 칼로리의 불균형 즉 소비하는 칼로리 보다 많이 먹거나, 먹은 만큼 소비하지 않으면 여분의 칼로리가 축적되어 비만이 된다고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비만한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 칼로리를 줄이려고 노력하며 또 충분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몸을 움직여 운동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비만을 좋게 하지 못하니까 비만의 원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는 의문을 갖게 한다.

그러다가 2013년 9월, 세계적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장내 세균의 변화가 비만 체질의 원인이 된다”라는 충격적 인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사실 과거의 연구에서도, 비만한 사람과 마른 사람은 장내 세균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차이가 비만의 원인인지, 아니면 비만의 결과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연구를 발표한 워싱턴 대학의 제프리고든은 무균 마우스를 이용하여 연구를 시작 했다. 무균 마우스는 장내 세균이 전혀 없는 마우스이다. 제왕절개로 출생한 마우스를 완전히 격리하여 세균과 한 번도 접촉하지 않도록 기른다. 사료나 물을 줄 때도 모두 외부와 접촉하지 않도록 고안되어 있다.

고든의 연구는 비만한 사람과 마른 사람의 장내 세균을 무균 마우스에 이식하는 것이었다. 장내 세균 이식이라고 하면 신장이나 간 이식처럼 거창하게 들리지만 장내 세균을 이식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사람대변의 1/3은 장내 세균으로 되어 있다. 이것을 마우스에게 주면 마우스의 장내에 사람과 거의 같은 세균을 정착시킬 수 있다. 이렇게 하여 비만한 사람의 장내 세균을 가진 마우스와 마른 사람의 장내 세균을 가진 마우스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비만한 사람의 세균을 가진 마우스와 마른 사람의 세균을 가진 마우스를 약 1개월간 같은 사료로 길렀다. 그러자 마른 세균을 받은 마우스는 변화가 없었으나, 비만 세균을 받은 마우스는 지방이 점차 증가하여 비만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대변을 이용하여 실험을 반복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같은 식사, 같은 운동량에도, 장내 세균의 차이에 의해 비만하게 된다는 비만체질의 원인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고 나서 비만을 일으키는 세균을 자세히 분석해보니 비만한 사람에서는 퍼미쿠트스 그룹에 속하는 세균이 많고, 박테로이데스그룹에 속하는 세균 수가 적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세균을 넣어주면 비만체질이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이런 균이 비만을 방지하며, 이런 균이 적으면 비만한 장내 세균 체질이 된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장내 세균은, 도대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장내 세균이 만드는 단쇄지방산이다. 우리가 식사를 하면, 음식물은 위를 지나 장으로 들어가서 영양분이 흡수되고 식이섬유처럼 소화가 안 되는 성분은 대장으로 넘어간다. 그러면 대장 안에 있던 박테로이데스같은 장내 세균이 분해하여 단쇄지방산을 만든다. 단쇄지방산은, 식초의 성분인 초산, 그리고 부틸산, 프로피온산 같은 분자 크기가 작은 지방 물질의 총칭이다. 이 단쇄지방산이 장에서 흡수되어 혈액으로 들어가고 전신에 운반되어 지방세포에 도착한다.

지방세포에는 단쇄지방산을 감지하는 센서가 있으며, 이 센서가 단쇄지방산을 감지하면, 지방 세포는 더 이상의 지방을 받아들이지 않아 지방의 축적을 방지한다. 단쇄지방산 센서는 교감신경에도 있으며 여기서 감지하면 심박수를 증가시키고 체온을 올려 영양분을 태워 소비하게 한다. 즉 단쇄지방산은 지방 축적을 억제하고, 소비를 증가시키는 두 가지 작용으로 비만을 방지한다. 우리가 식사를 할 때마다 장내 세균이 단쇄지방산을 만들어 전신 세포에게 “이제 충분한 영양이 들어왔으니까 더 이상으로 먹지 말아”라는 신호를 보내주는 것이다.

그런데 비만한 사람의 장내에는 박테로이데스균 수가 줄어들어 단쇄지방산을 만드는 능력이 떨어져 있다. 따라서 식사를 해도 비만의 브레이크가 되는 단쇄지방산이 만들어지지 않아 영양분은 계속 지방세포에 축적되어 비만이 된다. 이렇게 장내 세균이 비만을 일으키는 것이다.
단쇄지방산의 하나에 초산이 있다고 했는데 식초를 마시면 마르게 될까? 초산이 혈액으로 들어오면 즉시 분해되므로 식초를 마셔도 효과가 없다. 그렇다고 많이 마시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이빨도 상하게 된다.

비만의 원인이 되는 비만 세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것을 바꾸는 방법은 무엇인가?
장내 세균을 바꾸는 방법은 분명히 있으며, 그것은 장내 세균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다. 박테로이데스 같은 단쇄지방산을 만드는 세균은 식이섬유를 먹이로 살아간다. 식이섬유가 부족한 서양식 식사를 오래 계속하면 비만이 되는 것은 박테로이데스 같은 세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즉 체중을 줄이려는 사람이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은 비만 세균의 체질을 마른 세균의 체질로 바꾸려는 것이다.

실제로 고든 연구팀은, 12명의 비만한 환자에게 1년간에 걸쳐 식사 요법을 시행하여, 비만 세균이 서서히 마른 세균에 가까워져 가는 것을 보았다. 또 건강한 사람 10명을 병원에 입원시켜, 저지방, 고식이섬유 식사그룹과 고지방, 저식이섬유 식사그룹으로 나누어 장내 미생물체 변화를 조사한 결과 10일 정도가 지나며 장내 미생물체 변화가 시작되기 시작했으나 단쇄지방산 생산량 증가는 수주 후부터 볼 수 있다고 한다.

단쇄지방산을 만드는 균은 박테로이데스 이외에도 많다. 따라서 어떤 세균이 비만 방지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뚜렷하지 않다. 또 단쇄지방산을 만드는 것은, 한 종류의 세균이 아니라 여러 세균이“팀”으로 작용하는 장내 세균 전체의 힘이라고 한다. 따라서 단쇄지방산을 만든 식이섬유를 먹는 것이 중요하다.

비만의 원인으로 장내 세균이 알려졌고, 비만을 방지하는 세균을 늘리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우리가 예전부터 해오던 식이섬유 섭취가 증가하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세균을 우리 몸에 넣어주는 적극적인 방법이 있지만 비만 치료에는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단계이다. 비만을 일으키는 세균의 전모를 밝혀 좀 더 좋은 치료 방법을 개발하려고 전 세계 과학자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장내 세균을 이용하여 비만을 정복하는 날이 올 것이다.

<MD저널 6월호, 다음호에 계속>

김영설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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