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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바짝 차립시다

  • 입력 2017.07.20 10:54
  • 기자명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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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 일일 관광을 나섰다. 한인 여행사의 큰 버스에 몸을 실으니, 캘리포니아의 초여름 경관이 모두 우리 것이다. 삶의 풍요로움이 몸에 스며든다. 여행 안내자의 당당한 모습도 마음에 든다. 자신의 직업에 긍지를 가진 태도이다. 여러 가지 재치 있는 재담도 즐거웠다. 그런데 자신의 전문 분야인 지리 설명이나 재담에서 용기를 얻었는지, 이 안내자가 엉뚱하게 다른 전문 분야를 들먹이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는 정색을 한 얼굴로 “여러분께 유용한 건강 지식을 알려 드리겠습니다”라고 선언했다.

그 건강 정보(?)라는 것이 다음의 것들이다. “갑자기 누가 약물과다 복용을 하면, 좋은 비법이 있습니다. 어린아이의 오줌을 받아서 환자에게 마시게 하십시오. 반드시 이 오줌은 5살 미만 어린아이 것이라야 합니다.” “그리고 누가 중풍으로 쓰러지면 911을 부른 후에라도 반드시 열 손가락을 바늘로 찌르십시오. 바늘이 없으면 옷핀이라도 써서 피를 내야 합니다.” 등등...

주위를 돌아보니 아무도 이에 대해 이의를 보이는 사람들이 없다. 이 중에는 간호사들이나, 학교 교사는 물론 대부분이 고등 교육을 받고서 이민 생활이 오래된 한인 이민자들이다. 어떤 사람은 고개까지 끄덕거린다.

약물 과다 복용 환자는 가능한 속히 응급실로 데려가서 응급조치를 받아야 한다. 처음에는 의식이 있어 보이더라도, 약물이 위를 통해서 몸 안에 퍼진 후에는 갑자기 상태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긴박한 상태에서 아기의 오줌을 찾다가는 환자의 생명을 잃거나, 대뇌나 간, 콩팥 등의 주요 기관에 영구 손상을 일으킬 수가 있다. 게다가 5살짜리 이하 아이의 오줌이나 5살 넘은 아이의 오줌은 화학적으로 아무 차이가 없음은 고등학교 아이들이라도 아는 사실이 아닌가? 또한 약물 과다 복용 환자에게 수분을 마시게 하다가는 폐렴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우리가 보통 때에 마시는 수분은 후두를 지나서 식도로 간다. 그러나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는 길을 잘못 들어서 식도 대신에 물이 기도로 들어가서 폐 속으로 들어간다. 이 상태를 ‘기음 폐렴(Aspiration Pneumonia)’이라 하고, 많은 코마(Coma)환자들이 사망하는 원인의 하나이다.

잘못 나도는 의학상식에 ‘아연실색’
긴급처치 잘못하면 타살행위 될 수도

의식을 잃은 환자를 바늘로 찌르는 것도 아프리카 고지에서나 100년 전 한국 시골에서라면 이해가 된다. 현대적 의료 시설이나 구급차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앉아서 환자의 혼수상태를 그대로 지켜보는 것보다는 신경이 예민한 손가락에 ‘통증 자극’을 주어서 의식 회복을 기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소독이 안 된 바늘로 찔러대다가 합병증으로 올 수 있는 파상풍이나, 감염의 위험을 고려하기에는 그 당시의 상황이 너무 처참했을 테니까.

그러나 현재는 의학이  최대로 발달되어 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의학이 발달되어 있는 문명국 도심지에 있다. 이런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것은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이나 가족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과학이 발달되지 않았던 때의 비과학적인 방법이 손쉽다고 해서, 이런 원시적인 시술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어른의 옳은 태도가 아니다.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 의학은 동양의 의술과 ‘대체 의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고 있으며 배우려고 한다. 우리가 수천년 동안 지켜온 동양 의학은 자랑스럽다. 그러나 아이 오줌을 약물 과다 복용 환자에게 마시게 하는 것은 동양 의학이 아니다. 이것은 타살 행위이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 시술’은 관광 안내자가 정보로 나누어 줄 수 있는 ‘웃기는’ 분야가 아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런 슬픈 현상이 벌어지도록 내버려두는 태도가 아닐는지, 우리의 2세들에게 존경을 받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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