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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양수 시 유의할 사항

  • 입력 2017.09.13 16:01
  • 기자명 세승 정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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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나 교정과 같은 장기간의 진료 중 의원의 사업자가 변경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소비자원’)가 치과의원을 양수받은 의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70대 남성 환자는 2009년 2월 A치과의원에서 상하악 부위 임플란트 및 보철물 시술을 받았으나, 매식체 위치와 방향, 보철물과 지대주 적합성에 문제가 있어 임플란트가 파절되고 보철물이 자주 탈락했다. 그러나 당시 A치과의원 개설자인 치과의사 B는 보완적 조치만 하였고, 그 결과 해당 환자는 매식체 제거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한편, 치과의사 C는 2012년 6월, B로부터 A치과의원을 양수받으며 A치과의원의 상호를 그대로 유지하고, 기존 환자의 정기검진과 사후관리에 관한 채무만을 양수받기로 계약하였다. 이후 위 환자가 A치과의원의 양수자인 C를 상대로 양도인 B의 과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소비자원은, ① C가 A치과의원을 양수하면서 같은 장소에서 종전과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한 점, ② B로부터 기존 A치과의원의 환자 정보와 진료기록을 모두 넘겨받은 점, ③ 소비자인 해당 환자가 C의 채무인수 여부를 알 수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A치과의원을 양수한 C에게 B의 진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결정하였다.

이와 같은 소비자원의 결정은 상법 제42조가 인정하고 있는 ‘상호를 속용하는 양수인에게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제3자의 채권에 대한 변제책임’을 의료기관 양수인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해석한 결과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사각턱 교근 축소술을 받고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가 영업을 양수한 의료기관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한 사건에서,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상법상 상호속용 양수인의 변제책임에 불법행위로 인한 채무도 포함되므로 영업양수인은 양도인과 공동하여 환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한바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소비자원과 법원의 판단에는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 우선, 양수인이 의료기관 개설자인 의사인 경우에도 상법 제42조가 규정한 상호속용 양수인의 책임조항을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의사가 기존에 운영하던 정형외과 의원을 양도한 후 같은 건물에 정형외과 의원을 새로이 개원한 사안에서, ① 의사의 의원 운영은 상법상 상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② 개인 개업의사의 업무는 개개 의사의 개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그 행위에 학문적, 전문적 지식의 요소가 강하고 기업성, 투기성이 적기 때문에 영업성이 부정되므로 의사는 상인이 아니라고 판단한 후, 의사인 경우에는 상법의 영업양도인 경업금지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 판례의 해석에 따르면, 위 사례의 개인 개업의사인 C 역시 상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과연 상법 제42조의 상호속용 양수인 조항을 적용하여 환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또한, 우리의 사법질서의 근간이 되는 사적자치의 원칙과 자기책임의 원칙에 따라 타인의 채무에 대한 변제책임의 인정은 당사자가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책임을 부담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한정된다고 본다. 다만, 예외적으로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타인의 채무에 대한 변제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법률규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가급적 위와 같은 원칙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배려하여야 하고 특히 유추적용 등의 방법으로 그 법률규정을 확대 적용하는 것은 신중히 하여야 한다. 따라서 양도인의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양수인에게 부담하게 하려면 양수인이 책임부담 의사를 표시하였거나, 예외적인 법률규정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의료기관을 양수한 의사의 책임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로서 의사·의료행위·의료기관 등에 관한 법률규정 대신 상사(商事)에 관한 법률규정인 상법을 예외적으로 적용하여 판단한 것이 과연 사법질서의 대원칙에 부합하는 판단인지 의문이다.

위와 같은 의문에도 불구하고, 이번 소비자원의 결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 민법상 채무자와 인수인 간의 계약에 위한 채무인수는 채권자의 승낙에 의해 효력이 발생한다. 위 사안에서 B와 C간의 포괄적 채무인수가 이루어졌다고 하여도, 위 환자에 대한 B의 손해배상채무를 C가 인수한다는 사실을 채권자인 환자의 승낙하지 않았다고 항변하여 C는 채무인수의 효력을 다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원은 민법 대신 상법을 적용하여 위 환자에 대한 C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추후 C는 B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원은 법리적인 정치(精緻)함보다는 손해배상의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의료소비자인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결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의료기관 양도 시 관행적으로 종전과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게 하고, 기존 환자의 개인정보와 진료기록을 모두 양수인에게 넘겨주면서도 정작 정보주체인 환자에게는 ‘원장이 변경된다.’는 사실만을 ‘병원 내에 게시’하는 방법으로 알리는 경우가 많으며, 아예 공지조차 없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러한 관행은 종종 법적분쟁 내지는 행정처분의 원인이 된다. 

우선 개인정보보호법 제27조에 따라 양도인과 양수인은 의료기관에 보관 중이던 환자 개인정보의 이전 사실에 대하여 정보주체인 환자들에게 통보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위반 시 최대 1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진료기록의 정보주체인 환자의 동의 없이 진료기록을 이전받아 정보를 이용하는 행위는 환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이 역시 법적 분쟁의 원인이 된다. 

또한 환자와 의사의 진료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으로 보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권리의무를 이전하는 경우 ‘양수인에게 계약상 지위가 양도된다’는 사실을 알리고 계약당사자인 환자들로부터 동의 내지 승낙을 받아야 한다. 동의 내지 승낙은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다. 위와 같은 일련의 절차를 통해 환자는 자기결정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양수도 계약의 당사자인 의사들은 계약에 따른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할 수 있다. 

이번 소비자원의 결정을 통해 의료계의 관행을 재검토하고, 환자의 권리 보장 및 책임의 주체를 명확히 하는 적법한 양수도 절차 마련을 기대한다.

셋째, 현실적으로 환자는 의료기관의 개설자의 변경 사실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점, 뒤늦게 변경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이전 진료하던 의사를 찾아내어 손해배상청구를 하기 어려운 점, 심지어 이를 악용하여 환자에 대한 치료 채무나 손해배상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기고 의료기관을 양도하는 사례를 간혹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였을 때, 의료서비스의 소비자인 환자의 피해구제를 위한 단체 목적에 부합되어 더욱 의미 있는 결정이라 할 것이다.

의료기관을 양수하는 경우, 환자와 의사, 의사와 의사간의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의료기관의 이름을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변경하기 어려운 경우, 의료기관 양수도 계약서에 채무 인수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기존의 환자에게 이를 통지하여 동의 내지 승낙을 받아 채무에 대한 책임 여부를 명확히 하는 등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까지 이해관계자로 포함하여 서로의 권리를 보호하며 진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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