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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청년, 현봉학 선배

- 현봉학 선배 동상 건립 1주년을 맞아

  • 입력 2017.12.18 15:25
  • 기자명 홍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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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건너편 세브란스빌딩 앞에 흥남철수작전의 주인공 현봉학 박사 전신 동상이 서 있다. 국가보훈처 사업의 일환으로 2014년에 12월의 전쟁영웅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국가보훈처가 일부 지원하고 연세의료원과 ‘현봉학 선생님을 추모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모은 후원금과 연세의대 졸업생들의 기부금으로 제작비를 조달하여, 조각가 ‘오광섭’씨가 제작하여 2016년 12월 19일 설립한 작품이다.

함경북도 성진 태생인 현봉학 박사는 1944년 세브란스의전(現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모교의 병리학 강사로 학생 교육과 연구 활동 중 6.25전쟁을 맞았다. 미국 유학파로 영어에 능통했던 현 박사는 해병대 통역관으로 차출, 미군과의 지원업무를 담당했다. 전 부대원이 일계급 특진을 한 마산 진동리 전투를 시작으로 통영상륙작전 등 여러 전투에서 한국 해병대가 승리할 수 있도록 미군으로부터 많은 군수물자 및 작전 지원을 이끌어내는데 큰 공헌을 했을 뿐만 아니라, 1950년 12월 15일에서 24일까지 열흘간에 걸쳐 동부전선의 미국 10(X) 군단과 대한민국 1군단을 흥남항에서 철수시킬 때 10만명의 피난민도 함께 안전하게 철수시킨 흥남철수작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흥남철수작전의 혜택을 직접적으로 입은 함경남도 실향민들이 주축이 되어 2002년 현봉학 박사에 대한 사은회를 열었고, 그 자리에 모인 분들이 뜻을 모아 사단법인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를 만들어 현봉학 박사와 흥남철수작전을 기억하고, 인류애와 평화를 후세에 전하기 위한 사회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KBS에서는 현봉학 박사와 흥남철수작전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독일 나치 치하의 유대인 1400명을 구한 쉰들러에 비견하여 현봉학 박사를 ‘한국의 쉰들러’ 라고 불렀지만, 100배 가까운 인원을 구한 것으로 본다면 쉰들러를 ‘독일의 현봉학’이라고 불러야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실제로 흥남철수작전은 세계 전쟁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철수작전이었으며, 군수물자를 버리고 민간인을 구한 유일무이한 작전이었다고 평가받는다. 이런 철수작전의 주인공을 기리는 수사학으로는 많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2011년 국방부와 국가보훈처에서는 한국전쟁 6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전쟁에서 공을 세우신 분들을 발굴하여 부각시킴으로써 국민들의 국가관 안보관을 굳건히 세우고자하는 이달의 전쟁영웅선정사업을 시작하였는데, 2014년도 12월의 전쟁영웅으로 현봉학 박사가 선정되었다.  때마침 흥남철수작전 때 월남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국제시장’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어 흥행몰이를 함으로써 현봉학 박사의 업적이 한층 더 부각되었다. 

동상 건립 과정에 대한 동영상을 보니, 오광섭 조각가의 고심이 여러 곳에서 느껴졌으며 사실적인 동상제작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전쟁영웅의 모습을 흥남철수작전 당시의 나이로 표현함으로써 영원히 젊은 전쟁영웅으로 표현해 냈으며, 모교를 응시하는 모습으로 표현함으로써 그의 휴머니즘의 산실이 어디인지를 암시하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동상건립추진위원회 사무총장이었던 한승경 박사는, 동상의 어깨에 세브란스 라는 글자를 새겨 넣을 것을 제안하여 오광섭 조각가의 허락을 얻어냈다.

한승경 박사의 부친도 흥남철수작전때 월남하셨으니 동상을 세우는데 정성을 쏟은 것이 보은의 의미도 있었을 것이지만 선배와 모교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의 발로라고 하는 것이 더 합당해 보인다. 때마침 현봉학 박사 동상 건립 1주년을 맞이하여 온 국민이 다시 한 번 크리스마스의 기적 흥남철수작전을 기억할 수 있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는 우리 모두의 영웅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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