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의학과 예술의 조화, 후두음성언어의학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최홍식 교수

  • 입력 2018.04.09 10:38
  • 기자명 신영인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최홍식 교수
▲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최홍식 교수

[엠디저널]성악의 역사는 근대의학이 생겨나기 훨씬 전인 약 50만 년 전, 인류는 언어보다 노래를 통해 먼저 소통을 시작했다. 오랜 역사 속에 성악은 예술이면서 과학으로 발전했고, 의학의 선각자들을 통해 의학과 예술이 조화를 이룬 후두음성언어의학이 탄생하게 되었다.

“성악은 오랜 역사를 통해 좋은 소리를 내는 것과 동시에 성대가 다른 장기에 부담이 가지 않는 방법이 연구되어 왔습니다. 그 방법을 의학에 시도하면서 성대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성악발성치료라고 합니다. 성악은 예술의 분야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과학적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최홍식 교수, 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대 재활치료의 필요성을 알린 후두음성언어의학의 선구자다. 또한 최 교수는 국내 최초로 음성장애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음성클리닉과 음성언어의학연구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후두질환 및 음성장애, 두경부암 치료의 명의로 꼽히는 최홍식 교수를 MD 저널이 만났다.

◆ 음성언어 치료에 성악의 원리를 도입

최홍식 교수가 후두음성언어의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92년 UCLA 미국 연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UCLA에 후두생리연구소 후두질환과 음성장애에 대해 연구를 할 때였습니다. 거기서 이비인후과 교수가 SLP(Speech Language Pathologist)라고 하는 음성언어치료사와 성악가가 같이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이 낯설기도 했지만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최 교수는 자신이 경험한 방법을 국내에 도입하기로 결심하고 1993년 귀국 후 바로 음성클리닉을 개설한다. 물론 처음에는 반대도 많았다. 병원 내에 방음시설이 되어 있지 않다보니 환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고, 치료법 자체에 의문을 가진 동료 의사들도 있었다. 하지만 최 교수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후 1996년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안이병원이 생기면서 최 교수는 서울대학교 음대와 이탈리아 로마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현재 서동일음성클리닉의 서동일 원장과 함께 음성클리닉에 본격적으로 성악의 원리를 도입하게 된다.

그리고 2000년 다시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돌아온 최 교수는 연세의대 음성언어의학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는 성악가 남도현 교수를 만나면서 음성클리닉과 후두음성의학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한편 이곳 강남세브란스 음성클리닉은 목소리나 성대가 중요한 분야인 성악가나 가수, 그리고 아나운서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잘 훈련된 성악가나 가수의 성대에서 만들어지는 조음과 공명 현상은 정말 신기하고 놀랄 만큼 일반인에 비해 탁월합니다. 저에게 검사를 받은 분들에게는 양해를 구해 여러 장비로 기록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모인 목소리 자료는 음성클리닉의 자랑이기도 하지만, 후두음성언어의학을 공부하는 의대생들에게 교육용으로 활용해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또한 최 교수는 주3회 음성장애클리닉을 열고 있는데, 매주 200여 명의 음성장애질환자가 찾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성대는 악기, 연주자의 노력이 가장 중요해

“골절 환자가 깁스를 풀고 나면 반드시 재활훈련이 필요한 것처럼 성대도 똑같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그 중요성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지요. 하지만 성대 치료 후 발성치료를 하게 되면 놀랄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대학병원이나 일부 개원가에서 실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욱 활성화 될 것입니다.”

최홍식 교수는 갑상선 수술 후 성대마비나 약물주입성대내전술 후에는 반드시 발성치료(교정)를 받도록 한다. 특히 최 교수가 개발한 성대구증 치료용 레이저 수술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관심이 매우 높은데, 이때도 반드시 발성치료(교정)를 연계한다.

발성치료(교정)는 1회 40분 치료만으로도 확실한 효과가 나타나지만 아직까지 의학적 치료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 하지만 최 교수는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요구는 끊임없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악기가 좋은 소리를 내려면 연주자의 실력이 중요하듯이 목소리도 마찬가지, 스스로 인내하고 잘 훈련한다면 치료 전보다도 더 좋은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최홍식 교수는 말한다. 음성재활치료의 핵심인 후두음성의학과 성악발성치료는 음성장애환자들에게 희망을 제시할 것이다.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