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최고의 금수저’제왕들의 수명

진귀한 음식·보약 섭취하고도 평균 47세 살아

  • 입력 2018.10.04 11:00
  • 수정 2019.04.02 17:42
  • 기자명 황종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엠디저널] 타고난‘최고의 금수저’제왕들은 얼마나 오래 살았을까. 하긴 의학과 공중위생이 발달해 있는 요즘과 평균 수명을 비교하는 일 자체가 무리이지만, 온갖 진귀한 음식과 약 등을 섭취했을 왕들의 수명은 궁금증을 더한다. 우리 역사에서 제일 오래 장수한 왕으로는 고구려 시대의 장수왕을 꼽을 수 있다. 광개토대왕의 아들인 장수왕은 약관 18세에 즉위해 무려 79년 동안 재위하며 넓은 영토를 경영하다 97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마지막 왕조 조선시대는 어떠할까. 조선조 왕들의 평균 수명은 47세에 불과했다. 태조 이성계부터 마지막 임금 제 27대 순종까지 평균 24세 무렵에 왕이 되어 19년 2개월 정도 재위에 있었다. 제 1대 태조는 1408년 5월 74세로 창덕궁 별전에서 청심환을 삼키지 못하고 중풍으로 붕어했다. 가장 오래 산 왕은 제 21대 영조다. 1776년 3월 83세(재위 52년)로 경희궁 집경당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성군으로 추앙 받는 제 4대 세종은 1450년 2월 54세로 영응대군의 동별궁에서 이승의 삶을 마감한다. 그는 즉위 초부터 당뇨와 안질 등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등창, 울화병, 종기, 폐결핵 등 갖가지 死因

1, 2차 왕자의 난을 통해 동생 이방원에 의해 얼떨결에 왕으로 옹립된 후 실권 없이 휘둘림 당한 제 2대 정종은 1419년 9월 63세로 개경 인덕궁에서 천수를 누리고 편안하게 죽는 고종명(考終命)의‘호사’를 누렸다. 반면 강한 군주의 면모를 마음껏 과시한 제 3대 태종은 1422년 5월 56세로 창경궁에서 폐렴으로 세상을 뜬다. 여타 왕들이 맞닥뜨린 죽음의 원인도 갖가지다. 등창, 자살, 문둥병, 급사, 괴질,울화병, 이질합병증, 종기, 폐결핵, 독살, 심장병 등….생각해 볼 점은 왕들의 섭생이다. 

평범한 사람들도 건강하게 살려고 하는데 무한한 권력을 가진 왕이라면 그 정도가 더할 것이다. 그래서 천하의 좋다는 영약과 용하다는 명의들을 모아서 자신의 건강을 챙기라고 지시했고 또 먹는것 하나하나 세세하게 챙겼다. 이렇게 왕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것은 내시가 맡은 중요 임무 중 하나였다.

왕들이 이 같이 음식과 보약을 취했기에 이 정도 수명을 누렸던 게 아닐까. 구중궁궐 속 ‘유일한 남성’으로서 수많은 비빈과 궁녀들을 거느려야 했던 임금에겐 당연히 보양식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정력 보강을 위한 최고의 보양식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검은콩, 검은깨, 오골계, 흑염소, 검정소 등 ‘검은색 음식’ 이었다. 검은색 음식은 오장 가운데 신장에 주로 작용, 양기를 보충해주었던 것이다. 또한 붕어와 잉어는 조선시대 궁중에서 기를 보강하는 최고의 식품이었다. 붕어는 임금의 즉위식 연회나 대비마마의 육순이나 칠순 같은 궁중 연회에 빠지지 않고 나왔던 음식이고, 잉어는 왕비가 임신했을 때 태아에게 기를 공급하기 위해 먹었던 태교식품이었다.

구중궁궐‘유일한 남성’, 비빈·궁녀와‘過淫’

앞서 말한 대로 영조는 조선 최장수 왕이었다. 평생 중병을 앓은 적이 없었을 정도로 건강 체질이었지만 그 역시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철두철미한 건강관리법으로 유명했다. 재위 52년 동안 무려 7284회나 내의원의 진찰을 받을 만큼 자신의 건강에 신경을 썼다. 식사 시간은 꼭 지켰으며, 음식을 적게 먹었고 특히 술과 기름진 음식을 멀리했다.  

영조의 손자였던 정조는 담배를 즐긴 임금으로 유명하다.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죽음에다 할아버지인 영조의 기세에 두려움과 긴장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정조로선 복잡한 생각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담배를 가까이 할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정조는 경연 등 제반 행사에서 대신·각료·유생들과 나눈 대화와 전교를 수록한 ‘일득록 (日得錄)’ 이라는 책에 담배예찬론을 남겼을 정도다.

인간은 욕망의 화신이다.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건강을 해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아픔이다. 그럼 어떠한 상태를 건강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세계보건기구(WHO)에선 건강을“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원만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상적인 상태”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 몸이 건강해야 학업도, 사업도, 사회봉사도 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회남자’는 이렇게 일러주고 있다.“ 자신의 신체를 건강하게 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부드러운 심성으로 그것을 지키고, 자신의 신체를 강하게 하고자 하는 사람은 연약한 심성으로 그것을 보존한다.(欲剛者必以柔守之欲强者必以弱保之)”신분과 성별 관계없이 마음을 부드럽게 쓰고 은혜를 베풀며 과욕을 부리지 않는 게 건강한 삶의 전제다. 과식(過食)과 과음(過淫)을 절제하는 일도 당연하다. 만사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