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戰痕으로 얼룩진 유럽, 음악으로 치유하다!

스코틀랜드의 수도에서 열리는 ‘에딘버러 페스티벌’과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 입력 2018.10.24 10:51
  • 기자명 진혜인(바이올리니스트/영국왕립음악대학교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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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딘버러 프린지 거리 공연, 이미지 출처 backstage
에딘버러 프린지 거리 공연, 이미지 출처 backstage

[엠디저널]매해 8월마다 찾아오는 영국 연합왕국의 북부지역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는 세계 공연계의 심장이 된다. 세계 최대의 공연예술축제 ‘에딘버러 페스티벌(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과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Edinburgh Festival Fringe)’이 펼쳐져 도시 자체가 공연장으로 들썩인다. 지금 한국의 날씨는 딱 그대로 스코틀랜드의 여름 날씨와 아주 흡사하다. 그렇기에 선선한 바람을 느낄 때면 그곳을 떠올리게 된다.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인 1947년, 전쟁으로 얼룩진 유럽을 문화예술로 치유하기 위해 기획된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을 모태로 시작됐다. 프린지는 에딘버러 국제 페스티벌의 주변부(Fringe)에서 초청받지 못한 작은 공연 단체들이 자생적으로 공연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공연들은 독특하고 참신한 형식으로 당시 관객들의 주목을 끌었고, 예상치 못한 뜻깊은 성공을 거두었다. 1948년 저녁 뉴스 기자였던 로버트 캠프(Robert Kemp)에 의해 처음 쓰인 ‘프린지’라는 용어는 모든 페스티벌의 대명사가 되었고 ‘축제 공식 공연의 주변부’라고 알려지며 지금의 프린지는 축제를 더욱 축제답게 하는 행사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70년 이상의 유서 깊은 전통을 지닌 이 페스티벌은 매년 8월에 3주 동안 진행되며, 이 기간 동안 도시 전체는 전 세계에서 출품된 공연 예술 작품들로 성황을 이루고 공연 관계자들, 관광객들이 모여 공연 예술을 축하하고 즐기는 동시에 새로운 흐름을 구축해가는 공연 예술의 집합소가 된다. 

스코틀랜드 전통의상 킬트를 입고 행진하는 모습, 이미지 출처 Euro Festivals
스코틀랜드 전통의상 킬트를 입고 행진하는 모습, 이미지 출처 Euro Festivals

에딘버러는 15세기 이후로 스코틀랜드의 수도였고,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두 지역으로 구분한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어있을 만큼 그 가치가 크다. 중세 시대의 유기적 발전과 18세기, 19세기의 도시 계획이 놀랍도록 조화를 이룬 곳이다. 신시가지의 지속적인 확장과 수준 높은 건축물은 스코틀랜드와 그밖에 지역의 기준이 되었다. 

에딘버러 시는 연간 약 15개 내외의 축제를 유치하며, 그 가운데 약 11개가 여름철 에딘버러 페스티벌로 모인다.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그 중 하나인데 해를 거듭하며 규모가 커지고 참가하는 팀의 수가 매해 경신되면서 기네스북에 등재되자 프린지 페스티벌을 더 이상 프린지라 부르지 않고 에딘버러 페스티벌로 통칭하는 흐름이다. 

하지만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은 전적으로 시에서 초대하는 작품으로 단체들은 비용을 지불받아 공연을 진행한다. 반면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는 원하는 단체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초대된 작품과 단체가 하나도 없다. 

프린지에 참가하는 작품들은 극장이 아닌 학교, 기숙사, 화장실, 강당, 교회 등 임시 공간에서 시작하게 되었고 이는 전통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970년대까지는 하나의 임시 극장에 단 하나의 공연만 진행되었지만 지금은 약 300개의 임시 극장에서 각각 하루 평균 10편 정도의 공연이 진행된다. 

이곳에서는 본국의 상설 극장이나 기존의 단체에서 대접을 받으며 지내온 것처럼 그런 익숙한 대우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런 한계들을 나름대로 예술적 상상력으로 극복하여 자신들을 테스트해보고 스토리텔링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프린지에서는 기존의 무대에 올려지는 공연 예술들처럼 장치, 조명, 효과 등의 기술적인 도움을 받아 완성도를 높이는 것으로 관객이나 평론가들이 열광하지 않는다. 그들은 예술가이다. 

에딘버러 프린지 공연, 이미지 출처 yannickdixon
에딘버러 프린지 공연, 이미지 출처 yannickdixon

영국의 극단들은 빠르면 10월부터 내 작품을 어느 극장에서 올리는 것이 좋을지 리서치를 시작한다. 만약 이 과정이 순조롭게 흘러 원하기만 한다면 슬롯(Slot, 극장에서 시간대별로 다른 공연이 진행될 수 있도록 대관하는 시간대)을 결정하고 바로 예약에 돌입하기도 한다. 

만약 내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의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10월에는 내 작품을 어느 극장에서 올리는 것이 좋을지 리서치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원하기만 한다면 경비 절감 차원에서 올해의 가격으로 대관 및 숙소까지 이 시점에 바로 예약할 수 있다. 옵션이 많아 비교적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할 수 있다. 

이 축제의 영향을 받아 국내에서 만들어진 것이 통영국제음악제이다. 이러한 취지 아래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모델로 2002년 프린지 페스티벌을 개최하기 시작하였다. 첫 해, 통영시를 비롯하여 부산-서부경남 일원의 아마추어 음악인 36개 팀 약 200여명으로 시작한 통영국제음악제 프린지 페스티벌은 그 해 축제가 막을 내리며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로 끝날 것으로 보였지만 해를 더할수록 행사의 발전이 두드러져 에딘버러 프린지와 같이 점차 많은 팀들이 참가하게 되어 통영국제음악제를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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