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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성 질환에 대한 준비

  • 입력 2018.11.09 11:11
  • 기자명 이혜원(서울 의료원 공공의료팀, 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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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통일을 준비하며 보건의료 영역에서 북한의 감염성 질환의 관리는 빠질 수 없다. 이 주제는 한반도의 보건안보(Health Security)와도 직결되며,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동북아, 나아가 글로벌 보건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기에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1. 체제전환 과정에서 경험한 보건의료 문제 
1980년대 말 구소련의 붕괴 이후, 구소련 체제전환 국가들의 사회·경제적 변화 및 정치적 변화는 보건의료 영역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다. 해당 국가들은 경제 상황의 혼란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와 개개인의 빈곤, 그리고 정부의 보건의료재정 감소를 경험했고, 감염성 질환과 비감염성 질환의 질병부담이 함께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동독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많은 동독인들은 실업자 또는 비정규/임시직 상태로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노후의 가난을 맞이했고, 이 가난은 또 그 다음세대에 대물림되었다. 이 시기에 동독지역 역시 이중 질병부담의 경향성을 보이며 보건지표들이 악화되는 시기를 맞았다.
이처럼 체제전환을 맞이한 국가들은 전환과정의 혼란기 동안 지방분권화와 민영화가 함께 추진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중앙정부의 위상과 권한을 떨어뜨리며 질병 감시 및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야기했다.

베를린 통일의 날 (사진출처: 구글)
베를린 통일의 날 (사진출처: 구글)

2. 통일 대비 감염성 질환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준비
국가단위의 감염성 질환 관리체계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에는 법적 기반과 관련지침, 감시체계 및 역학조사체계, 이를 뒷받침해줄 인프라와 조직이 필요하며, 위기 시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기관과 조직이 적절한 권한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
법정감염병을 정하고, 신속한 진단과 대응을 위한 지침이 관리기관에 배분되고 교육되어야 하며, 지침을 이행하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감시체계는 신고와 보고를 통해 정보를 분석하고 공유하여 대응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체계로서 진단이 가능할 수 있는 실험실적 역량 확보를 위한 인프라가 필요하고, 신고와 보고가 신속히 이루어지기 위한 정보관리 시스템과 이를 수집, 관리, 분석하여 활용할 수 있는 조직역량이 필요하다. 북한의 법정감염병의 범위와 분류체계는 공개되어 있지 않다. 신고·보고되어야 할 질환은 진단역량과 직결되므로 실험실적, 기술적 진단역량 확보가 북한의 감염성 질환관리체계 구축의 우선순위에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WHO에서 보고한 북한의 신종플루 유행 관련 보고서를 살펴보면, 북한의 현재 신고·보고체계는 정상적으로 기능하면서 지역에서 유행하는 감염성 질환을 신속히 보고받고 필요시에는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속한 신고·보고 및 중앙에서의 대응기능이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방법에서 역량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대응전략에 활용하기 위해 정보시스템의 전산화를 포함한 기술적, 인적 역량강화 교육이 단계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일단 질환의 발병이 감지되면 감염원을 지역사회에서 확인하여 감염병의 규모와 전파경로를 파악하고 이후 감시체계와 역학조사체계는 중앙의 통제 하에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이는 평상시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에 의해 유지되고, 위기 시에는 중앙정부에 부여된 통제권에 의해 대응이 체계적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실험실 및 정보관리시스템과 같은 인프라의 구축과 각 영역별 인력 대상 교육이 감염성 질환 관리체계 구축의 근간이 될 것이며, 이는 남북이 개발협력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준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 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중앙에 부여된 통제권과 주요 조직의 권한일 것이다. 

결론
앞서 기술했듯이 체제전환국들의 보건의료체계 재건 과정에서 지방분권화 및 민영화의 속도조절에 실패한 국가들은 중앙의 통제권이 급속히 상실되면서 감염성 질환 관리를 위한 중앙정부의 권한이 축소되었고, 감염성 질환의 부실한 관리로 인한 내성감염의 증가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북한이 어떠한 방식으로 외부세계와 교류를 시작할지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어렵다. 북한이 개방을 할지, 한다면 어떠한 방식과 속도로 개방을 할지 알기 어렵지만, 이 과정에서 변화에 준비하며 감염성 질환에 대한 중앙의 통제력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감염성 질환분야는 남북이 서로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질환 통제 및 위기대응이라는 관점에서 우선순위를 가지고 이 영역에 접근해야 한다. 감염성 질환의 관리체계가 구축되는 것은 시스템의 구축을 의미하며, 이는 조직이 존재하고 기능하기 위한 시설, 장비, 물품 그리고 인력의 공급이라는 포괄적인 전제조건을 담고 있다. 북한의 시스템은 북한이 스스로 세워야 하며, 우리는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대응할 수 있는 소통의 통로를 만들고 보장하는 법을 근간으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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