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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 배워야 한다

  • 입력 2019.01.12 10:23
  • 기자명 박혜성(혜성 산부인과 원장, 여성성의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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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성’을 종족 번식의 도구로만 사용하는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성을 통해 쾌락을 느낀다. ‘오르가즘’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다. 그 쾌감은 다른 어떤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을 만큼 황홀하다. 성은 우울증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고, 삶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하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신기한 도구이다.

성은 돈이나 권력으로 사거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돈이나 권력으로 섹스를 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치유 능력을 가진 오르가즘을 살 수는 없다. 그런데 신이 준 ‘선물’을 우리는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연인이 헤어지고, 부부가 이혼하는 이유 중에는 ‘성(性, 섹스)’이 안 맞아서인 경우가 적지 않다. 반대로 성이 잘 맞으면 다른 부분은 서로 이해하고 살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성’이란 선물을 누리기 위해서는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 중요한 ‘성’을 본능에만 의존 하려는 이도 많다. 본능에만 의존해서는 상대방과 제대로 된 성 교감을 나누는 게 쉽지 않다. 영어나 테니스, 피아노처럼 ‘성’도 배워야 한다. 교육을 통해 그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소녀경이나 카마수트라는 대표적인 성교육 책이다. 예전에 중국 황제나 인도 귀족은 성교육을 받았다.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걸을 수 없는 것처럼 처음부터 성을 아는 사람은 없다. 성 에티켓, 남녀가 소통하는 방법, 남자와 여자를 이해하는 방법,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오르가즘을 얻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성은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활용할 수 있다. 한번 배우면 평생 써먹을 수 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마음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성’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제대로 가르쳐주는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 필자가 15년 넘게 성을 연구하고 성교육에 열심인 이유다.

서로를 아끼고 누려라

사람을 살리는 것이 메스나 약만이 아니다. 특히 남녀관계는 그렇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고, ‘부부싸움 칼로 물 베기’로 비유하는 이면에는 만족스러운 성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성이란 이렇게 서로를 아끼고 누릴 수 있는 놀랍고 신비한 통로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통해 오르가즘을 느끼는 남녀는 느긋하고 여유로워진다. 또한 남에게 관대 하고 친절하고 화를 내지 않는다. 성을 억압하고 무시하고 죄악시하게 되면 가정과 사회는 쉽게 화가 나며 신경질적이 되고, 각박하게 되어 여유가 없어진다.

지금 우리나라는 분노조절 장애인 상태이다. 아마도 남녀관계,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아서일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이혼율 전 세계 1위, 저출산율 전 세계 1위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우리 사회가 성을 처벌의 도구가 아닌 치유의 도구로 사용했으면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관대하다. 우리 사회는 자신의 사생활을 억압하기 때문에 남의 사생활에 관대하지 못하다. 신이 인간에게 ‘성’이라는 선물을 주었는데, 어떤 사회에서는 처벌의 도구로 쓰고, 어떤 사회에서는 치유의 도구로 사용한다. 우리의 문화도 성을 치유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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