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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학이야기20]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한 오줌

  • 입력 2007.07.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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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 비대증에 의한 급성 요폐 ; 과음, 감기약 조심꼭두새벽부터 전화벨이 시끄럽게 울립니다. 전화를 받으니 평소 아주 가까운 L사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새벽에 깨워 미안하다는 말도 없습니다. 이야기인즉, 부친이 고향친구 고희잔치를 위해 경남 진영으로 내려가셨는데 어제 저녁부터 오줌이 꽉 막혀 근처병원에서 고무호스로 뽑으려고 아무리해도 되지 않아 지금 택시로 서울을 향해 오고 있는 중이라는 것입니다.응급실에 도착한 환자를 보니 아랫배가 마치 만삭의 여인같이 부어 있고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이 빈사상태입니다. 미리 준비한 금속제 도뇨관을 넣어 오줌을 빼어내니 1,600cc가 나옵니다. 정종 큰 병으로 하나가 더 차있었으니 환자의 고통이 어떻겠습니까? 배뇨를 끝낸 후 얼굴에 핏기가 돌아오고 잠시 지나니 정신이 드는 모양입니다.“권 선생, 지옥과 천국을 다 보았소! 세상에 그런 지옥이 없었소! 또 이런 천국이 어디 있겠소!”갑자기 안주머니를 뒤적뒤적하더니 현찰 한 무더기를 가운 주머니에 쑤셔 넣습니다. 얼굴이 화끈해서 아무리 사양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아들인 L사장도 민망해서인지 “아버님 그만두세요! 나중에 저 친구에게 대포한 잔 살게요!”그랬더니 벌떡 일어나 느닷없이 50나이인 아들의 뺨을 때리는 게 아닙니까.“야! 이놈아, 내가 지금 살았단 말이야!”어떻게 웃음이 나오는지 참을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박장대소하면서 “할아버지 기꺼이 받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이 소동을 치르고 자세히 진찰을 하니 정상적으로는 밤알 만한 전립선이 그야말로 진영 감 만하게 커져있습니다. 병력을 물으니 벌써 5∼6년째 밤에 화장실을 4∼5번씩 드나들고 앉아서 오줌을 누어야 겨우 나올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막걸리 몇 사발을 들이켰다는 것이지요. 그러더니 점점 오줌이 마려워지기 시작하는데 아무리 용을 써도 오줌이 나오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택시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시간은 지옥의 10년 같았다고 합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전립선 비대증이라고 이렇게 급성요폐(急性尿閉)34)가 오는 것은 아닙니다. 주로 과음을 하거나 감기약을 잘못 먹으면 소변량이 급격히 증가하게되거나 전립선의 울혈이 겹쳐서 갑자기 오줌이 막히게 되는 것이지요.응급조치를 끝내고 노인을 병실에 눕혀드리고 나서 아들 L사장을 만났습니다.“야! 의사 한번 할만하다. 우리 아버지 같은 그 유명한 구두쇠가 한 웅큼 현찰을 다 주다니, 세상이 거꾸로 된 거 아냐?”갑자기 생각이 나서 가운주머니에 든 돈을 꺼내보니 30만원이라는 거액(?)이었습니다. 단 5분 동안 치료하고 이 정도면 근사한 일이 아니겠습니까?“L사장! 노인한테 맞은 뺨이 아파 봐야 얼마나 아프겠나! 오늘 저녁 위로 술 한잔 사겠네!” 전립선 비대증에는 감기약 복용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감기약에는 대개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바로 이 교감 신경 흥분제가 전립선 비대증을 악화시키는 주범입니다. 뿐만 아니라 코감기나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제로 흔히 쓰이는 항히스타민제에도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성분이 포함돼 있습니다. 요로폐쇄 증상은 전립선 비대증으로 가뜩이나 비좁아진 요도가 이로 인한 교감신경의 과도한 흥분으로 더욱 위축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