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봄의 전령사, 자연의 소리

  • 입력 2019.04.29 12:26
  • 기자명 진혜인(바이올리니스트/영국왕립음악대학교 석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비발디의 _Il gardellino_ 연주 모습/출처-Google
▲ 비발디의 _Il gardellino_ 연주 모습/출처-Google

[엠디저널]봄날의 어느 아침, 닫힌 창문을 뚫고 나의 귀를 즐겁게 해준 새소리는 집 앞 마당의 하얀 목련의 꽃잎이 얼른 나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달라고 그들에게 부탁을 한 것 같다. 봄의 전령사인 목련이 가장 예쁘게 피는 시기는 꽃이 막 피어날 때이다. 꽃망울을 제일 먼저 터트리는 봄꽃인 목련은 잎으로부터 영양분을 얻지 못해 꽃가루나 꿀은 적지만 다른 꽃보다 일찍 피기에 꽃가루를 퍼뜨릴 곤충이나 새를 먼저 맞이한다. 필자를 깨운 그 소리가 바로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 맑은 소리는 마치 곡 중의 어느 플룻 솔로를 상기시켰다.

새의 노래가 좋은 음악을 위한 영감을 줄 수 있었을까?

▲ 제 1악장 새소리를 표현하는 트릴(trill)부분
▲ 제 1악장 새소리를 표현하는 트릴(trill)부분

아마도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의 귓가에 들려온 새소리가 그러하였을 것이다. 풍부하고 명랑한 멜로디로 손꼽히는 즐거운 새의 노래, 비발디(1678~1741)의 플루트 협주곡 3번<홍방울새(Il Gardellino)>, ‘RV428’이다. 본래 바로크 시대 당시에는 현대의 플룻 악기와 유사한 모양의 가로피리로 불렸던 ‘트라베소 플룻(transverse flute)’ 또는 이탈리아어로 ‘플라우토 트라베르소(flauto traversiere)’가 사용되었다. 이 고(古)악기는 나무로 만들어졌고 현대 플룻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소리를 선사한다. 바흐나 텔레만의 실내악곡 원전연주 음반을 들어보면 당시의 플룻소리가 어떠하였는지 알 수 있다. 수수하고 소박한 울림이 원전연주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모든 문화를 이해하는 근원은 그 원류와 뿌리에 있다. 문화의 근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듯 서양음악에 있어서도 원전 음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연주자들과 대중에게 널리 인식되어 있다.

원전(原典) 음악은 정격 음악(authentic music) 등으로 부르기도 하며 고(古)악기를 이용하여 르네상스나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당시의 연주 형태로 재현하는 것이다. 고악기는 자연적 소재로 만들어진 재질의 특성상 청아하며 소박한 음색으로 현대의 악기보다 섬세하면서도 색채감 있게 표현된다.

영감의 근원, 홍방울새의 노래

비발디에게 영감을 주었던 그 근원은 바로 ‘홍방울새’ 또는 ‘오색방울새(European goldfinch)’이다. 이 새는 되새과에 속하는 조그마한 참새목의 새로서, 유럽, 북아프리카, 서아시아에 자생한다.

플룻은 아마도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되살리는데 가장 적합한 악기라 할 수 있겠다. 비발디의 협주곡 ‘홍방울새’에서 플룻은 은빛과 같은 트릴과 달콤하게 지저귀는 프레이즈 그리고 때로는 구슬픈 음까지도 묘사할 수 있다.

이 곡의 편성은 독주 플룻과 바이올린 2부, 비올라, 통주저음(Basso Continuo)로 이루어지는 합주부로 구성된다. 이 곡의 1악장 알레그로(빠르게)는 플룻의 음으로 홍방울새가 우는 소리를 묘사한다. 먼저 합주부가 힘차게 주제 선율을 연주하면 독주 플루트가 펼침화음(arpeggio)으로 이에 화답한다. 그런 다음 경쾌하게 상승하는 플룻의 소리는 작은 새의 날개짓을 연상케 한다.

유니즌(unison)으로 시작되는 투티(tutti)와 그에 응답하는 짧은 모티프를 플루트의 솔로가 장식한다. 이는 작은 새의 울음소리를 가는 트릴(trill)로 표현하며 카덴차(cadenza)의 느낌으로 연주하고 다시 도입부의 모티프를 중심으로 주제가 시작되는데 스타카토나 경쾌하게 상승하는 음정의 모티프로 새 울음 소리를 모방한다.

2악장 칸타빌레(노래하듯)은 쳄발로의 반주에 맞추어 연주하는 느린 악장이다. 6/8박자의 시칠리아 무곡 풍의 전원적인 목가풍의 멜로디로 이는 1악장의 새소리를 발전시킨 것이다.

3악장 알레그로는 론도 풍의 곡으로 처음에 합주부가 활기찬 모티프를 연주하면 독주 플룻과 제 1바이올린이 새소리를 묘사하는 특징적인 멜로디를 노래한다. 새소리를 변형한 트릴의 재미있는 모티브가 되풀이되어 나온다. 마치 대화를 하듯 음악을 이끌어 나가는 부분으로 서로 마주보며 지저귀는 즐거운 새 가족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악장 전체에 신선한 활기가 넘치며 마지막 독주 플룻의 짧은 솔로 부분이 나온다.

이처럼 청량감을 자랑하는 비발디의 플루트 협주곡 D장조 ‘홍방울새’는 베네치아 피에타 자선원의 소녀들을 위해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초연에 대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1728년 암스텔담에서 출판된 6곡의 플룻 협주곡 Op. 10 중 세번째 곡으로 제 1곡 <바다의 폭풍>, 제 2곡 <밤>이라는 부제를 가진 곡들에 이어지는 <홍방울새>의 상쾌한 아침의 노래이다.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