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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다고 마음도 꼭 아파야하는 것은 아니다 Ⅱ
  •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승인 2019.07.0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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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몸과 마음의 본질을 알면 더 이상 아프지 않다

이제 몸과 마음의 본질이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를 이루는 몸과 마음(오온: 색·수·상·행·식)은 자세히 보면 자체의 변화 법칙이나 조건에 따라 변합니다. 몸은 말할 것도 없고 순식간에 일어나는 정신적인 현상도 자세히 순간순간 관찰해 보면 자체의 변화 법칙이나 조건에 따라 변합니다. 느낌을 예로 들면, 즐거울 만한 조건이 되면 조건에 따라 즐거운 느낌을 가집니다. 여기에는 순간적으로 선택의 가능성이 없습니다. 이것에 대해, 조건하고는 관계없이 괴롭게 또는 덤덤하게 느낄 수도 있었는데 내가 즐거움을 선택하여 즐겁게 느꼈다고 보통 생각하는데 이것은 착각입니다. 조건과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무엇인가를 아는 인식작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을 봤을 때 우리 속에 그것이 무엇인지를 이미 알기 때문에 인식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한국말을 들었을 때 이미 우리 속에 한국말이 어떤 것인지 알기 때문에 순식간에 알아듣는 것입니다. 알아듣는다는 의식도 없이 알아듣습니다. 모르는 언어를 들으면 못 알아듣습니다. 그 언어가 우리 속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느낌을 느끼게 할 조건이 오거나, 다른 인식을 하게끔 하는 인식 대상이 오면 다른 느낌과 인식이 있게 됩니다.

이렇게 조건에 따라 자동적으로 느끼고 인식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이 일어나면 즐겁고, 우리가 원치 않는 것이 일어나면 괴롭습니다. 이렇게 자체의 변화의 법칙이나 조건에 따라 우리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변하고, 괴로운 것을 피할 수 없고,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두고, 우리 마음대로 되는 우리 몸과 마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의도와 무엇을 아는 의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도나 의지에 대해 자세히 보겠습니다. 우리는 의도나 의지를 우리가 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의지가 다른 사람이나 다른 곳에서 일어나지 않고 우리 속에서 일어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의지가 우리 속에서 일어난다는 것과 우리가 의지를 냈다는 것은 다릅니다. 우리가 의지를 냈다는 것은 우리가 원하면 어떤 의지라도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속의 조건과 관계없이 새로운 의지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속의 조건과 관계없이 새로운 의지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엄밀하게 볼 때, 그리고 본질적으로 볼 때 의지는 우리 속의 조건에 따라 일어나지 우리 속의 조건과 무관하게 의지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사실은 치료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의지의 본질이 어떠하냐에 따라 치료적인 접근이 달라집니다.

만약 알코올 중독증 환자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술을 끊을 수 있어요”라고 할 때 치료자가 ‘의지는 조건과 무관하게 일으킬 수 있다’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의지를 계속 내서 이제 술을 끊을 수 있다고 하면서 의지를 낸 것에 초점을 둘 것입니다. 하지만 치료자가 ‘의지는 조건에 따라 일어난다.’라고 생각한다면 환자가 지금은 치료자와 만나고 있고, 여러 조건이 그런 의지를 내게끔 되었지만, 혼자 있다든지 술이 앞에 있다든지 기분 나쁜 일이 있다면 어떤 의지가 발동할지 모르니, 환자 속의 조건을 바꾸어 가는 데 치료의 초점을 둘 것입니다.

실제로 벤자민 리베트(Benjamin Libet, 1916~2007)가 1986년에 한 실험이 이런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리베트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신들이 그렇게 하고 싶을 때마다 아무 손가락이나 하나를 위로 올리도록 하고 그 시간을 측정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참가자들의 머리에 전극을 설치해 전기적인 스파크가 일어난 시간을 측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피실험자들이 손가락을 올리기 약 1초 전에 뇌 속에서 전기적인 신호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참가자들이 손가락을 움직이기로 결정하기 전에 이미 뇌에서 그렇게 결정이 났다는 것입니다. 벤자민 리베트보다 이러한 성격의 실험을 1860년대에 먼저 한 헤르만 헬름홀츠(Hermann Helmholtz,1821~1894)는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 중 상당수는, 사물에 대한 의식적인 지각보다 앞서서, 뇌 속에서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나의 경우,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순간순간 관찰했을 때 이러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처럼 우리를 이루는 몸과 마음이 항상 변화하고 그 변화에 대해서 본질적으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 사실을 항상 알고 잊지 않는 사람은 몸과 마음에서 변화가 일어날 때 그 변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순간을 자세히 관찰하며 지켜보게 되면 몸과 마음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고 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몸과 마음의 당연한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습니다. 그때, 그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보면서, 힘들더라도 바로 잡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이런 것이 확실히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으면, 몸이 아플 때 몸만 아프지 마음까지 아프게 되지 않습니다. 이런 마음이 점점 더 확대되고 확고해지면 살아가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게 됩니다. 이런 훈련이 잘 되어 있으면 죽음의 순간에도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동요하지 않고 보게 됩니다. 붓다에 의하면, 다음 생의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이생에 우리가 한 일과 전생에 우리가 한 일, 그리고 죽을 때의 상태라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죽는 순간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다음 생이 이어진다면 죽을 때 어떤 마음으로 죽느냐에 따라 다음 생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몸이 아플 때 마음이 아프지 않는 훈련을 잘 해 두면 살아가면서도 힘들지 않고 죽을 때도 잘 죽을 수 있습니다.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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