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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무새의 초상> 가뭄

Drought

  • 입력 2019.07.25 11:13
  • 수정 2019.07.26 11:19
  • 기자명 정정만(성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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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사랑의 개울, 동굴 속 가랑이 실개천(川). 조금만 가물어도 쉽게 말라버리는 건천(乾川)이 아니다. 건기(乾期 : dry season)에도 야금야금 물기를 짜내어 하상(河床)을 적신다. 하지만 진퇴(進退)를 반복하는 사내의 맷돌질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량(水量)이다. 성 생활 용수로는 미흡한 것이다. 실성한 돌멩이가 막다른 골목길의 벼람 박을 치받기 시작하는 우기(雨期 : rainy season)가 되면 한 순간 범람한다. 거대한 육감의 회오리가 몰고 온 집중 호우다. 육신의 제방이 무너져 내려 더 이상 쾌감을 담아둘 수 없다. 쾌락의 물줄기에 들뜬 원성, 탄성, 신음, 환성, 고통, 환희가 함께 실려 떠내려간다.

‘오, 하늘이시어!’

금세라도 질식할 것 같은 달뜬 언성으로 아우성친다. 뜨거운 사랑의 열기로 가열된 애액(愛液)이다. 둔치의 박하 같은 거웃 풀숲이 넘치는 물에 젖어 허우적거리는 물난리가 벌어진다.

여자는 2종류의 물로 전성의 시절을 보낸다. 기초 생활용수와 성 생활 용수다. 질 액은 아기집과 나팔관에서 유래된 물기, 떨어져 나온 세포, 질 내 상주 세균과 그 대사산물이 함께 섞인 약 1cc정도의 기저 토양수(土壤水)다. 동굴이 항상 젖어있는 이유는 기초 생활용수 때문이다. 이와 같은 최저 기본 수량(水量)이 확보되어야만 건강한 질 환경이 조성된다. 생명에 필수적인 음용수요 육체 건강과 청결에 요구되는 생활용수 같은 것이다. 수 백 만년 동안 진화되어 수컷을 유혹하는 사향 냄새도 기초 생활용수의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랑을 나눌 때 압출되는 성 생활용수는 기초 생활용수와 사뭇 다르다.

기초 생활용수는 자궁과 자궁 경관, 기타 분비샘에서 흘러나온 우물 물(井水)이지만 쾌감의 육수는 매몰된 지하 맥관(脈管)에서 압출된 핏물 성분이다. 지하에 고여 있다 흘러나온 물이 아니라 고압으로 쥐어짜낸 여과수다. 마치 탕약을 달인 후 천으로 짜낸 한약수(韓藥水) 같은 물이며 음용수보다 더 질척이고 매끄럽다. 수원(水源)과 성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성 생활용수는 열 받은 질 벽에 맺힌 땀방울 같은 것이다. 실린더와 피스톤 간극을 채우는 엔진 오일이요 격정의 윤활제다.

질 벽 밑층에는 무수한 혈맥이 깔려있다. 자웅간 암중모색이 개시되면 핏물이 웅성거리며 혈맥에 몰려든다. 핏물의 압력이 급격하게 증가되어 아랫도리를 꿈틀거리게 한다. 혈압을 이기지 못한 모세 혈관이 세포 간 틈새로 핏물을 걸러내며 밖으로 밀어낸다. 이것이 질 윤활화다. 발기와 질 윤활 현상은 동일한 생리 기전이다. 손님맞이 채비요 여자의 발기 현상이다. 사랑으로 가열된 뜨거운 물방울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젊은 여성이 감열되면 수초~1분 내에 물뿌리개가 작동되지만 폐경 여성은 15분 이상 지연된다. 나이가 들면 질 벽면의 스프링클러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스프링클러가 고장 나면 기상이변이 속발한다. 소위 질 가뭄이다. 한발(旱魃)이 장기화되면 사막화 되어 황폐해진다.

상습적인 물 부족은 자웅 다툼의 빌미가 된다. 구멍과 물건을 연결하는 육신의 교각(橋脚)에 균열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도가 심화되면 별리(別離)나 분란의 사단(事端)이 된다.

가뭄 때문에 갈라진 사랑의 한해(旱害). 손님맞이는커녕 고샅 통증 때문에 걸음걸이마저 어려워진다. 물 기근에 의한 질의 갈수(渴水) 현상, 유수량(流水量)이 적어 바닥이 드러난 상태가 질 건조증(vaginal dryness)이다. 폐경 여성의 물 부족은 일상다반사다. 에스트로겐 결핍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은 질 벽 탄력성, 질 내 산도, 질 분비액을 적정하게 유지하고 비뇨생식기 감염을 방지하는 질 건강 호르몬이다.

하지만 질 가뭄은 반드시 폐경 여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젊은 여자도 흔히 경험하는 현상이다.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 분만 직후, 수유기, 월경, 항히스타민제, 항 콜린제 등 일부 약물, 술, 담배, 과도한 운동, 척수 손상 및 당뇨병, 화학 약품에 의한 빈번한 질 세척, 탐폰 사용, 자궁 및 난소 제거,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 요법 등도 한해(旱害)를 유발한다. 굳게 닫힌 문을 열고 실로 오랜만에 물건을 맞이할 때도 질 가뭄을 경험한다. 그 여자의 남자가 질 가뭄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상대 남자에 대한 친밀감 결핍이나 남자의 서툰 전희(前戱)도 질 가뭄을 부른다. 여성이 뜨거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신통치 않은 남자 물건도 물뿌리개 꼭지를 열지 못한다. 발기부전이나 조루증 등 남자의 뻔한 성적(性績)을 여자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질 가뭄이 반복되는 여자의 남자는 척박해진 놀이터 환경 때문에 불꽃놀이에 집중할 수 없다. 남자의 물건도 무너지는 것이다. 질 가뭄이 지속되는 여자는 물건의 내방 자체를 기피한다. 극치감도 성욕도 동반 추락하여 총체적 여성 성기능 장애로 치닫게 된다. 그 여자의 남자 물건도 덩달아 망가지는 성의 도미노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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