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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는 걸 인정하면 더욱 행복해지는 부부관계 I

  • 입력 2019.09.11 11:00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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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옛날에는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 이런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일심동체’라는 말 속에 각자의 개성을 죽이고 자유를 구속하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심동체라는 말이 가진 의미는 큽니다. 부부는 남남이 만났지만 마음도 하나이고 몸도 하나이니 싸우지 않고 화합해서 산다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행복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부부는 마음도 다르고 몸도 다른 ‘이심이체(二心二體)’입니다. 마음도 다르고 몸도 다르다 보니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것을 추구하다 보니 섭섭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한 공간에서 같이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배우자에게 무의식적인 소망 같은 것을 가집니다. 실제로 배우자는 단지 자신과 똑같은 사람일 뿐인데 마치 특별한 사람처럼 생각합니다. 자식이 부모를 볼 때 한 사람의 성인으로 보기보다는 특별 소망을 충족시켜 줄 특별한 사람으로 봅니다.

서로 다른 삶의 과정, 성격의 차이, 이상의 차이에 더해져 이런 무의식적인 부분이 부부간의 인간관계를 복잡하게 합니다. 그래서 부부관계를 가장 어려운 인간관계라고 보기도 합니다. 부부 사이가 안 좋은 때만큼 힘든 것은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어도 부부 사이가 좋지 않으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덜 중요한 것을 얻은 것 같아 허전하고 허무해집니다. 부부의 행복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성공은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부부관계는 언제나 중요합니다. 

부부관계는 부부만의 행복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일심동체와 같은 말을 하면서 과거에는 나름대로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부관계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어떤 원로 정신과 의사는 “부부는 몸도 다르고 마음도 다른 이심이체인데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일심동체”라고 하였습니다. 탁월한 해석입니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부부간의 다름에서 오는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르다는 것은 우리를 풍부하게 해 줄 수 있습니다.

부부, 각자 다르다는 걸 아는 것이 일심동체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소설을 쓰는 분과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이 우리나라와 서양의 차이에 대해 말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끼리의 동업이 안 되는데, 서양은 다른 사람끼리의 동업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의사들 사이에도 동업은 하지 말라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습니다. 의사뿐만 아니라 다른 직종에서도 동업을 해서 안 좋게 끝난 이야기를 주위에서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뭘 같이 한다는 것이 왜 힘들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르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보는 것이 다르고, 추구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내가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하는 것을 인정하고 알아주기를 바라지만 나와 다른 사람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갈등이 생기고 분쟁이 생깁니다. 부부간에 ‘가장 가까운 사람인 배우자가 왜 내편을 안 드나’ 하는 마음이 있으면 배우자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할 때 섭섭하고 화가 납니다. 부부간에는 앞서도 말한 것처럼 배우자에게 무의식적인 욕구가 작용합니다. 그래서 배우자에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기보다는 억지를 부리게 됩니다. 

이럴 때 이런 무의식적인 욕구를 자각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와 다른 시각과 의견을 제시하는 배우자도 그럴 만한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 한번 들어보자’ 하는 여유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듣고 난 뒤에 만약 배우자의 의견이 낫다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나에게도 도움이 되고, 배우자는 상대가 합리적이고 지혜롭게 하는 것을 보고 진정한 신뢰를 가질 것입니다. 부부 모두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사실 다르다는 것은 같은 것보다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같을 때는 한 종류밖에 없습니다. 다를 때는 부부간인 경우 두 종류가 있고, 두 사람이 동업한 경우 두 종류이고, 세 사람이 동업한 경우 세 종류가 있는 것입니다. 사업의 경우, 어떤 측면에서 보면, 한 종류의 사람만 있으면 한쪽만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런데 두 종류의 의견이 있으면 두 쪽 모두 신경을 쓸 수 있습니다. 사업의 대상이 되는 고객은 다양합니다. 다양한 고객을 챙기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필요합니다. 물론 한 사람이 여러 시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사업의 대상이 되는 고객은 다양합니다. 

다양한 고객을 챙기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필요합니다. 물론 한 사람이 여러 시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동업에 있어서 다양성이 힘을 발휘하려면 동업자간의 신뢰와 공동의 목표, 그리고 갈등이 생겼을 때 조정할 수 있는 구조를 가져야 합니다. 부부도 상대해야 할 이웃이 있고 부부가 속한 단체나 사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부부가 다양한 시각을 가질 때 단일한 시각을 가지는 것보다 훨씬 유리할 수 있습니다. 부부 밑에서 크는 아이도 부부가 다양한 시각을 가질 때 세상을 보는 눈이 풍부해집니다.

이처럼 실제를 보면, 다름으로 해서 우리는 더 풍부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고정관념이나 무의식적인 동기로 배우자가 자신의 관점이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때 섭섭해 하고 화를 내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합니다. 다양한 시각과 견해 속에서 나와 부부, 가족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아가는 것 자체를 피곤하게 생각하지 않고 즐길 수 있다면, 부부관계는 물론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도 순탄할 수 있습니다.

이건 역설 같지만 서로 잘 맞는 부부는 편안하고 행복하긴 하지만 부부관계를 통해 별로 바뀌지 않는 반면에 잘 맞지 않는 부부는 서로 맞추어 가는 가운데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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