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OPINION 전문가 칼럼
술은 적당히 마시되 낭만 있어야…‘두 얼굴’의 술…모든 약의 으뜸 百藥之長과 정신 앗아가는 狂藥
  • 황종택(녹명문화연구원 대표)
  • 승인 2019.12.05 11:04
  • 댓글 0

[엠디저널]건강한 이의 반주 한 잔 정도는 혈액순환 촉진 및 성 기능 향상 효과

술(酒)은 인간 삶의 애환을 상징한다. 술은 고금동서에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사랑을 받아 왔지만, 경원시 되기도 했다. 자연 술에 얽힌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춘추시대 제나라 경공(景公)이 어느 날 밤 술이 거나한 채 명재상 안자(晏子)의 집을 찾았다. 안자는 문신의 의관을 갖추고 경공을 맞이했다.

“밤중에 웬 행차이십니까?”
“그대와 술 한잔하고 싶어서지.”

안자는 정중히 거절했다.
경공은 이번엔 장군 양저(穰?)의 집으로 갔다. 양저는 갑옷과 투구에 긴 창을 들고 맞이했다. 경공은 안자에게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양저도 예를 갖춰 거절했다. 경공은 하는 수 없이 양구거(梁丘據)라는 신하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양구거는 손에 악기를 들고 노래를 읊으며 주군 경공을 맞아 대작했다. 경공은 흡족해하며 “안자가 정치를, 양저가 국방을 잘 보아주고, 또 양구거 같은 신하가 있어 나를 즐겁게 해주니 난 참 행복하도다”라고 말했다. 한나라 때 설화집 ‘설원(說苑)’에 나오는 이야기다. 술의 순기능을 말한 것이다.

술에 관한 한 당나라 시인으로서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이백(李白)을 먼저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권주가인 ‘장진주(將進酒)’에서 “술자리에 모여 한 번 마신다면 삼백 잔은 마셔야 한다(會須一飮三百杯)”며, “다만 오래 취해 깨어나지 말기를 원한다(但願長醉不用醒)”라고 말할 정도였다.

공자도 ‘백 병 술을 기울였다(孔子百壺)’고 할 정도로 술을 즐겼다. 그러나 이 말은 “술에서만은 미리 정한 한계가 없되, 몸가짐이 흐트러질 정도까지 마시지는 않았다(唯酒無量不及亂).”라는 말에서 보듯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공자는 술을 마시되 혈기가 화평하고 맥이 통창하면 그만 마셔 끝까지 몸가짐을 바르게 했다고 한다. 안주로는 ‘생강을 남기지 않으시되 많이 드시지는 않았다(不撤薑食 不多食)’는 기록처럼 생강을 좋아했다.

술은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백약지장(百藥之長)’과 ‘광약(狂藥)’이 그것이다. 전자는 사람에게 유익하기로 모든 약 중 으뜸이라는 뜻이고, 후자는 사람을 미치광이로 만드는 게 술이라는 의미다. 조선 후기 학자 이덕무의 저술 총서인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기혈을 순환시키고, 정을 펴며, 예를 행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 하는 내용” 등은 음주를 좋게 보는 옛 기록이다.

술의 효용은 ‘신비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긴장 이완과 억압 해소, 나아가 의욕의 부양과 흥분의 증폭 등을 들 수 있다. 괴로울 때 취하고 싶은 것은 전자에 해당하고, 즐거울 때 마시는 게 후자라고 하겠다. 또한, 술은 인간관계를 잇는 매개체로써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술이 들어가면 자연히 감성이 풍부해지고 온순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딘지 모르게 순수함이 있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어디 이뿐인가. 건강한 이가 식사 때 반주 한 잔 정도면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중추신경의 긴장을 해소시키며, 피로가 회복돼 대뇌성 중추를 자극시켜 성 기능 향상을 기한다고 한다. 남성의 경우 음주량만 적절히 조절하면 조루증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여성의 경우 적당한 양의 음주는 성적 흥분을 고조시키고 부끄러움 없이 대담하게 성관계에 임할 수 있어 불감증 환자에게는 치료 목적으로도 이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과음은 역효과를 초래한다. 특히 만성 알코올중독은 말초 신경병을 일으켜 기질적 발기부전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성호르몬치를 상승시키고, 남성호르몬치를 감소시켜 고환의 정자형성기능을 저하시켜 정자의 수가 줄어들어 남성난임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술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뚜렷하다.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해 정신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주정이 심하여 몸을 해치고 가산을 탕진하기도 하며, 임금으로서 주색에 빠져 나라를 망치는 일도 있었기에 ‘망신주(亡身酒)’ 또는 ‘망국주(亡國酒)’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술은 적당히 마시되 낭만이 있어야 한다.

한데도 술 취한 이가 운전을 하거나 수술 집도를 한 바 있다. 술의 부정적인 면이 드러난 ‘망신주’라고 할 수 있다. 술자리가 잦는 연말이다. 크고 작은 송년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묵은해를 정리하는 자리라고 하지만, 사실은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는 사람들이 외롭지 않음을 확인하려고 몸부림치는 자리라고 하겠다. 물론 술은 적당히 마셔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飮酒不及亂). 건강을 돕는, ‘백약지장’으로 작용하는 술이 돼야겠다.

그렇다. 건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과 절제가 필요하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제시간에 식사는 필수다. 둘째 절제된 생활이다. 술, 담배, 작업, 식사, 섹스 모든 것을 과도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는 적절한 운동이다. 운동을 통해 혈(血)과 기(氣)가 원활히 돌게 해야 한다. 피돌기와 기가 작동하지 않으면 우리 육신은 ‘죽은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 물론 마음을 편하게 먹는 정신적 안정이 바탕이 돼야 한다. 그래서 건강백세를 누리자.

황종택(녹명문화연구원 대표)  emd@mdjournal.net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황종택(녹명문화연구원 대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