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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를 지켜온 푸른 눈의 천사, 마리안느와 마가렛 간호사를 아십니까?

  • 입력 2019.12.16 11:42
  • 기자명 김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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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록도의 푸른 눈의 천사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렛' 간호사_1960년대 당시
▲ 소록도의 푸른 눈의 천사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렛' 간호사_1960년대 당시

[엠디저널]한센병 환자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간호사들, 노벨평화상 추천 100만 명 넘어

소록도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한센병 환자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푸른 눈의 천사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의 2020년 노벨평화상 수상 여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간호학교 출신의 간호사로 마리안느는 1962년 2월 24일, 그리고 마가렛은 1959년 12월 19일 처음으로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이들은 이후 2005년 11월까지 무려 40여 년 이상을 국립소록도병원 등지에서 한센병 환자 자녀를 위한 영아원 운영 및 보육사업, 한센병 환자의 재활치료와 계몽사업, 자활정착사업 및 각종 시설 지원, 의약품 지원 및 구호 활동 등 아무런 대가 없이 희생에 가까운 봉사활동을 했다.

국립소록도병원은 한반도 남쪽 끝의 작은 섬 ‘소록도’에 위치한 한센병 환자들을 수용해 치료 관리하는 시설로 일본이 한국을 강제 점령했던 1916년에 설립되었다. 전국의 한센병 환자를 강제로 수용(최고 6,254명)해 강제로 노역을 시키고, 심지어 불임시술을 하는 등 온갖 인권침해가 행해졌던 슬픈 역사를 지닌 곳이다.

그런데 이 두 간호사(마리안느 1962년, 마가렛 1966년)는 아무런 대가 없이 한국인들도 기피하던 이곳에 자원봉사자로 들어와 희생적인 봉사 정신과 국경을 초월한 사랑의 실천으로 환자들을 돌보았다. 그리고 이들의 모습에 환자들은 삶의 의지를 되살리고, 희망이라는 선물을 받게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치유된 환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농장을 조성하거나 알선해 정착시키거나 정착금을 지급해 사회에 진출할 수 있게 했다. 그 예로 전라남도 장성군에 땅 12,000㎡를 구입해 8가구에 분배한 것도 그러한 사업의 일환이었다. 이를 통해 ‘우리도 치유되면 사회에 나가서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 그리고 강력한 투병 의지를 고취해 주었다.

이처럼 평생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살아온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지난 2005년 11월 22일 홀연히 그들의 고향인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 ‘한센병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폐만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편지만 남긴 채…

하지만 그것은 두 간호사에게 커다란 사랑의 빚을 진 대한민국으로는 가장 쓰리고 아픈 실수이자 부끄러움으로 남게 되었다.

한센병 환자를 돌보느라 자신의 노후는 물론 건강도 돌보지 못했던 마리안느와 마가렛, 월급은 물론 당연히 연금조차 없었던 두 간호사에게 더 한국에 머무는 것은 무리였다. 거기에 마리안느는 대장암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까지 찾아온 것, 그렇게 우리의 잘못으로 부끄러움만 남긴 채 두 천사 간호사는 잊히는 듯했다. 하지만 그 위대한 사랑이 어찌 그리 쉽게 사라질 수 있을까.

당시 소록도에서 살고 있던 소록도성당 김준연 신부가 위대한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사랑의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취지로 사람들을 모았고, 2015년 12월 29일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법인 설립 허가를 받게 된다. 이어 2017년 마리안느와 마가렛 간호사에게 노벨평화상을 후보로 추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마리안느와 마가렛 노벨평화상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이어 2017년 11월 두 간호사에게 노벨평화상을 추천하는 서명을 받기 시작했고, 올해 중순에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다. 후보자 추천 접수는 내년 1월 30일까지 완료되며, 현재 로마교황청과 세계간호사협회 등에서도 두 간호사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적극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 소록도의 푸른 눈의 천사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렛' 간호사 모습
▲ 소록도의 푸른 눈의 천사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렛' 간호사 모습

마리안느와 마가렛 노벨평화상 추진위원회는 지난 10월 3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20대 젊은 시절에 시작해 70대에 이르기까지 한평생을 머나먼 타향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향해 사랑을 실천한 이들이야말로 고귀한 인류애 실천의 모범으로써 우리 사회가 간직하고 널리 전파해야 할 자산”이라고 공식적으로 추천 사유를 밝혔다. 아울러 추천위원회는 두 간호사의 공적을 기리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고 책자를 발간해 전 국민에게 소개했다.

대한간호협회와 세계간호사협회(ICN) 역시 추진위원회의 계획에 공감해 추천 운동을 함께 전개하기로 했다.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추진위원장은 “사랑과 희생, 그리고 봉사의 정신은 간호사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그 모범을 보여주었다”며, “두 간호사의 업적이 노벨평화상으로 연결된다면 전 세계의 간호사들은 자신의 직업에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로니스 왓킨스 널싱나우 위원장 대행 겸 영국상원의원은 “의료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간호사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열악한 처우와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세계적으로 ‘Nursing Now!’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에 맞춰 두 간호사에게 노벨평화상이 수여된다면 간호사들은 큰 격려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2020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간호사·조산사의 해’이자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로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더욱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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