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혼하는 집안의 아이

  • 입력 2020.04.17 09:24
  • 기자명 박혜성(혜성 산부인과 원장, 여성성의학회 이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엠디저널] 미국의 50%의 어린이들은 청소년이 되기 이전에 부모의 이혼 과정을 지켜보게 됩니다. 미국인 부부의 50%가 이혼을 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의 별거나, 이혼에 대해서 어린이들은 심한 불안, 분노, 우울감을 느끼게 됩니다. 취학 이전의 어린이들이나 갓난아기는 비교적 영향이 적고, 남아에 비해서 여아들의 적응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학자들의 보고가 있습니다. 지능이 높은 아이, 심성이 무난한 아이(easy tempered), 육체적으로 건강한 아이들인 경우에 적응력이 높습니다.
부모님 중에서 이혼 전이나 이혼 후에 계속 상대방을 저주하고 미워하거나, 폭력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아이의 정신건강에 심한 피해를 끼칩니다.
평상시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숨겨 오던 부부 문제가 갑자기 폭발되어 이혼하게 되는 경우에도, 어린이들에게 심한 상처를 주게 됩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평상시에 가정의 문제를 어린이의 성장 과정에 알맞은 말로 미리 알려주어서, 어린이가 마음의 준비를 갖도록 하는 것이 좋겠지요.

예를 들면 “엄마나 아빠는 서로가 떨어져 있을 때에 더욱 좋은 부모노릇을 할 수 있고, 싸움도 덜한다”라든가, “네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엄마 아빠가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서 헤어지기로 결정한 거야. 너도 가끔 옛 친구와 헤어지고 새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이혼 가정의 어린이들을 장기간 조사해 보니 37%가 성적이 떨어졌거나 행동 장애를 보였고, 10년 후에 부모들을 조사해 보니 단지 7명중 한 명의 부모만이 행복하게 재혼한 상태였고, 50%가 재 이혼을 겪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어린이의 행복의 조건은 부모님이 개인적으로, 아니면 파트너와 함께 얼마나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 적응을 잘 하느냐에 달렸다고 합니다. 배우자 중 한 분에게 심한 음주벽, 도박, 학대 등의 고질 정신 질환이 있는데도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에, 이혼은 자녀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주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청소년이나 아동들에게 적어도 부모 중 한 분만이라도 인생의 모형(role model)이 되어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성급한 이혼, 특히 싸움이 연속되는 파괴적인 이혼 과정에는 중립지대인 교회나 학교 등을 통한 상담을 받음으로써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