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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요리 현지화’의 원조, 탕수육?

  • 입력 2020.04.21 09:18
  • 기자명 강지명(북경 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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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이전에도 언급했다시피, 중화요리는 현지화 등의 다양한 변형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분야이다. 만두, 볶음밥, 각종 탕면 등 전 세계에서는 그 변천사조차 미처 다 규명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형식의 중화요리 바리에이션이 있다. 그렇다면, ‘현지화 중화요리’의 원조는 무엇이었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바로 ‘탕수육’이다. 이 음식은 탕추(糖醋)소스, 즉 설탕과 식초를 활용한 고기요리를 일컫는 말이다. 참고로 이와 같은 육류, 어류 요리법은 중국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통요리법이다.

좌우지간, 탕수육이 ‘현지화’를 시도한 공식적인 기록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바로 19세기의 광동지역에서였다. 19세기 중반, 아편 전쟁 이후 광동에 들어온 서양인들은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고, 젓가락을 사용할 줄 몰라 매우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그래서 현지의 상인들은 뼈째 튀겨내는 탕추파이구(糖醋排骨)라는 기존의 돼지갈비 요리를 젓가락질이 서툰 영국인들이 포크만으로 쉽게 먹을 수 있도록 고기만 발라내서 튀기는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냈고, 이를 맛본 서양인들 역시 굉장히 만족했다고 전해진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는 한국에서 최근 유행한 꿔바러우(锅包肉)도 있다. 이 동북지역 요리는 하얼빈에 방문하는 러시아인들을 위해 개발되었다는 설이 있다.
 
한국에서는 19세기 말 인천 개항 이후 산동성 출신의 화교들이 인천에 차이나타운을 형성하고 식당을 열기 시작했다. 탕수육은 이때부터 점차 퍼져나간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1930년대 신문기사를 보면 탕수육이 대표적인 중국요리로 소개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중국집이 서민에게도 친숙해졌고, 당시로서는 흔히 접하지 못하던 고기 요리라는 점에서 탕수육은 중국집 고급 요리의 대표격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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