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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의 노화, 그리고 동맥경화증

심장 명의 정남식 박사의 심장 사용 설명서

  • 입력 2021.05.13 08:00
  • 기자명 정남식(필메디스내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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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노인 인구의 증가도 심혈관 질환 발병과 관련 있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현대인의 생활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동맥경화는 혈관이 노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노령화가 심해질수록 심장 질환도 늘어난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나라 인구의 노령화 문제는 계속 지적돼 왔다.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노령화가 심한 우리나라에서 노인 인구의 증가는 국민건강이라는 측면에서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83.3세로 남성은 80.3세, 여성은 86.3세다. 점점 평균 수명이 늘고 있는 상태로 건강한 노년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한 노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세심한 혈관 관리가 필요하다. 즉 흡연, 비만, 과음, 스트레스 등 혈관 질환들의 위험 요인들을 멀리 해야 한다.

동맥경화증은 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심혈관 질환의 중요한 원인이다. 혈관은 심장에서 나온 혈액을 온몸에 전달하는 통로다. 이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그와 연결된 장기에도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므로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처럼 혈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대표적 심혈관 질환으로는 협심증, 심근경색증이 있다.

심혈관 질환은 동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혈관을 한 줄로 연결하면 약 12만 킬로미터(km)에 이른다. 지구를 두 바퀴 반 돌 수 있을 정도의 길이다. 반면 혈관 전체의 무게는 몸무게의 3% 정도다. 혈관은 동맥, 모세혈관, 정맥으로 나뉜다. 동맥은 심장에서 온몸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상수도관 같은 역할을 한다. 심장에서 나오는 가장 굵은 대동맥에서 시작해 점차 가늘어지고, 얇아지는 ‘분지과정’을 거치면서 몸속의 조직이나 기관으로 퍼진다. 기관 속에 들어가면 동맥은 더욱 가늘어져 세동맥이 되고, 결국에는 한 층의 내피세포와 기저막으로 내피세포에 둘러싸인 모세혈관이 된다.

이 중 심장에서 말초기관으로 혈액을 나르는 주요 혈관인 대동맥과 주요 분지들을 ‘탄력성 동맥’이라고 부른다. 탄력성 동맥은 직경이 크고, 동맥벽도 두껍고, 탄력도 좋다. 주요 분지 동맥에서 더 분지된 동맥들은 ‘근육성 동맥’이라고 부른다. 이 근육성 동맥들은 온몸의 기관으로 혈액을 운반하고, 직경이 0.3~1cm 정도로 혈관이 수축할 때 더 많이 작용한다. 이런 동맥에 생기는 이상이 심혈관 질환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혈관의 노화는 어려서부터 진행된다

혈관은 막, 중막, 외막으로 이뤄져 있다. 내막을 구성하는 내피세포에서는 혈관 벽에 핏덩이들이 들러붙지 않게 하는 물질, 혈관의 수축·이완시키는 작용을 한다. 외막은 가장 바깥인 만큼 혈관이 압력을 받아도 터지지 않을 만큼 질기다. 만약 혈관에 문제가 생겨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혈관과 연결된 장기들에 피가 부족한 허혈이 일어나거나 괴사가 생긴다. 그러므로 혈관의 건강은 매우 중요하다.

혈관도 나이가 들면서 노화된다. 혈관이 노화되면 기능이 떨어져 탄력이 줄고 점차 딱딱해진다. 이렇게 혈관의 탄성이 떨어지면 심장이 수축할 때 혈관이 받는 압력이 더 올라가고 이완할 때 압력이 심하게 감소한다. 수축기와 이완기의 혈압 차이를 맥압이라고 하는데, 맥압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심혈관계 위험도도 같이 증가한다.

또 혈관이 노화되면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혈액중의 지방 성분이 혈관 벽에 침착된다. 매끈했던 혈관 내벽에 부스럼 같은 동맥경화반이 만들어지면서 국소적으로 혈관에 염증이 생기고, 혈관 벽이 두꺼워지면 혈관 안이 좁아지는데, 이것이 동맥경화증이다.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흡연(직접흡연과 간접흡연), 당뇨병 등으로 인해 혈관 내벽이 손상을 입고 이물질이 달라붙어 혈관이 딱딱해지고 탄력을 잃으면, 혈관 안이 좁아져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혈압이 상승하고 혈관 노화가 빨라진다. 이 같은 과정이 되풀이되는 동안 가장 쉽게 손상되는 혈관이 뇌혈관이다. 뇌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이 일어나고,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일어난다.

이처럼 내막은 혈류 속에 있는 각종 콜레스테롤과 산화 작용, 압력에 노출돼 동맥경화증이 발생하는 곳이다. 내막 손상에 의한 질병은 대부분 어른이 돼서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어릴 때부터 시작된다. 즉, 10세 이하의 어린 나이부터 혈관의 노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물론 세월이 흐르면서 진행되는 혈관의 노화를 막기는 어렵다. 하지만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혈관의 노화를 더디게 하는 것은 가능하다.

일단 금연부터 시작하자.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을 갖고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꼭 금연하고 적합한 치료를 받는다. 운동도 중요하다. 1주일에 3~5회, 하루 적어도 30분 이상 운동한다. 만약 심혈관계 질환을 갖고 있다면 몸에 무리가 되지 않도록 먼저 전문가와 상의해 운동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또 과일과 채소는 충분히 섭취하고, 육류 대신 생선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는 마가린, 패스트푸드 등의 섭취는 줄인다. 그러나 육류는 전혀 먹지 않고 채소만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곡물류, 채소류, 과일류, 유제품류, 육류(생선류, 콩류, 견과류)로 나눠지는 다섯 가지 식품군이 골고루 들어간 균형 잡힌 식사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밥, 국, 나물, 김치, 생선이나 약간의 고기로 차려진 한식을 먹는 것이 좋다.

혈관 노화를 부추기는 것들

70대의 나이에서도 30~40대의 혈관 나이를 지키고 싶다면 혈관 노화를 일으키는 원인을 먼저 알고 그에 맞게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혈관 노화를 부추기는 요인은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흡연, 스트레스 등이다.

고혈압은 혈관 벽에 압력을 심하게 가하고, 혈관을 딱딱하게 한다. 혈압이 높으면 뇌졸중, 심근경색증이 나타날 확률이 4~5배 늘어난다. 하지만 고혈압을 적절하게 관리하면 혈관 합병증을 50~70% 막을 수 있다. 또 당뇨병도 동맥경화증의 원인이다. 당뇨병은 혈관에 영양을 공급하는 미세혈관 기능에도 장애를 일으켜 혈관을 약하게 만든다. 또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사람은 혈관 내피세포가 조금이라도 손상되면 혈관 내벽에 지방이 들러붙어 혈관이 좁아진다.

무엇보다도 혈관 노화의 가장 잘 알려진 원인은 흡연이다. 담배를 피우면 직접적으로 산소가 부족해지고, 몸 안에 만성 질환과 노화의 원인이 되는 유해 활성산소가 많이 만들어지며,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제까지 파괴된다. 혈관 안쪽은 한 층의 내피세포가 덮고 있는데, 이 내피세포는 혈류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흡연은 이런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도 떨어뜨려 말초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액 순환을 방해한다.

동맥경화증의 주범과 위험인자

동맥경화증은 동맥혈관에 지질과 여러 가지 이물질이 쌓여 혈관 안쪽이 좁아지고 혈관 벽이 돌처럼 딱딱해지는 것이다. 즉, 혈관에 기름이 끼고 혈관 벽이 딱딱해지는 병이다. 동맥경화증이 생긴 혈관에는 지방질(콜레스테롤, 특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산화된 LDL 콜레스테롤), 섬유질, 염증세포, 칼슘 등이 쌓이는데 이것이 ‘죽상종’ 또는 ‘죽상반’이라고 한다.

초기 단계는 10대부터 관찰될 수 있는데, 동맥의 내막이 약간 두꺼워지면서 간간이 지방질을 머금은 거품세포가 관찰된다. 다음에는 지방질을 머금은 거품세포 일부가 동맥 벽에서 죽어 지방이 덩어리를 이뤄 쌓인다. 그리고 혈관 염증이 지속되면서 염증세포가 심하게 들러붙어 지방 덩어리(죽 모양의 덩어리라고 해서 죽상반이라고 한다)가 점점 커지고 지방 덩어리 주위로 칼슘 등이 함께 쌓이면서 굳는다. 마지막으로 죽상반이 파열되고 안에 있던 내용물이 혈액과 만나 응고되면서 동맥 혈관이 막히는 상태로 진행한다.

동맥경화증은 왜 생길까? 큰 주범은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과 산화 작용, 혈관 염증이다. 이것들 때문에 혈관 벽에 기름과 섬유질이 쌓이고 염증세포와 칼슘도 쌓이는데 고혈압, 흡연, 당뇨병 등 동맥경화증 위험인자들이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 산화 작용, 혈관 염증의 발생을 조장한다. 그러므로 심장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면, 동맥경화증의 위험인자에 대한 적절한 예방 및 치료와 함께 나쁜 콜레스테롤, 산화 작용, 혈관 염증 자체를 줄이고 치료를 해야 한다.

동맥경화증의 증상

동맥경화증이 흔히 발생하는 곳은 대동맥이나 경동맥
같은 큰 동맥, 심장 근육에 혈류를 공급하는 관상동맥, 팔·다리의 상하지동맥이나 뇌혈관과 같은 중간 크기의 혈관이다.
일반적으로 동맥경화증은 40~50대에 많이 발생한다. 인종이나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10대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나이가 들면서 점차 만성적인 동맥경화증으로 진행, 심혈관이나 뇌혈관 질환 등의 증세가 갑자기 나타난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동맥경화증이 생기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발생한다. 또 뇌로 가는 혈관에 동맥경화증이 생기면 뇌졸중이 생겨 신체 일부가 마비되기도 하고, 팔이나 다리로 가는 상하지동맥이 막히면, 발이나 손끝부터 괴사가 일어나 심하면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신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히면 신장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신혈관성 고혈압이라는 병이 생기기도 하고, 심하면 신장 기능이 소실될 수도 있다.

대부분 질병이 생기는 경우는 혈관의 지름이 50% 이상 좁아졌을 때다. 안정 시에는 문제가 없지만, 혈류량이 늘어야 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그 혈관과 연결된 특정 장기에 혈류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위험한 상태에 이른다. 

동맥경화증 위험인자

* 고혈압

* 흡연

* 당뇨병

* 조기 심장병의 가족력 : 1촌 관계인 남자 가족이 55세 미만에 병력이 있거나 여자 가족이 65세 미만에 병력이 있는 경우

* 나이: 남자 45세 이상, 여자 55세 이상

* 비만 : 체질량지수(BMI) 30kg/m² 이상의 비만

* 활동 저하 : 운동을 거의 안 하는 경우

* 고콜레스테롤 음식을 많이 먹는 경우

*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의 낮은 수치 : HDL 콜레스테롤이 40mg/dL 미만인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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