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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의 유니버설 디자인

(Universal Design)

  • 입력 2021.06.02 10:55
  • 기자명 최창화(K&C광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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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유니버설 디자인은 최근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이미 조금씩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단어 그대로 보편적인 디자인이고 범용적 디자인으로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다. 연령, 장애, 남녀노소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건물, 제품 또는 환경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1963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용어를 만들어 실행하기 시작했고, 2012년 버펄로 대학교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인간의 활동과 보건, 건강, 사회 참여를 주장하면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포괄적 디자인 원칙에 대한 정의를 만들었다.

국내 대학에서도 경성대학교와 한국 재활복지대학에 유사한 과가 설치되어있다. 국내 지자체 최초로 서울시에서도 차별 없는 디자인 복지를 전담할 서울특별시 유니버설 디자인센터를 설립했다. 서울시 전담센터에서는 서울 전역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체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외국인 등 다양한 시민과 분야별 전문가의 생생한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다양한 유니버설 디자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유니버설 디자인이 사회환경에 급속도로 퍼져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동성뿐만 아니라 생활을 위한 보행 보조기 (싱가폴 lanzavecchia-wai)
이동성뿐만 아니라 생활을 위한 보행 보조기 (싱가폴 lanzavecchia-wai)

몇 해 전 언론 보도로는 국내 최초로 공공주택에 색채 유니버설 디자인을 도입한 기사가 실렸었다. 아파트단지에 색상과 안내표지를 크게 했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주민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핵심이 없는 듯했다.

국내 최초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숲채원은 노약자나 장애인, 어린이들이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주차장부터 산 정상에 이르는 등산로에 데크를 설치해 편의를 더한 실사례가 있었다.

주방의 복잡성을 제거하는 디자인 유형으로 확장 (Wood-Furniture제품)
주방의 복잡성을 제거하는 디자인 유형으로 확장 (Wood-Furniture제품)

최근 경험한 것으로는 필자가 구리시청을 방문 했을 때다. 높은 연단 바로 앞에 지그재그로 올라갈 수 있도록 보조통행로가 설치된 걸 보았다. 이처럼 사용자가 이용하는데 편리하게 하여 주는 디자인이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2017년부터 고속도로의 톨게이트나 나들목 등 차선이 복잡한 도로 바닥에 색상을 표시해놓아 혼동하지 않고 색깔을 따라가도록 한 것을 볼 수 있다. 사고율도 40~50%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미리 갈 곳을 예상해서 착오 없이 원활한 소통을 하도록 한 것으로서 유니버설 디자인 도입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병원에서의 유니버설 디자인의 실제 적용을 생각해보면 다른 여타 경우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게 다가올 것으로 생각이 든다. 특히 병원은 환자들을 위해 안내해야 할 부착물이 많다. 진료와 입원, 정산을 위한 안내 사인부터, 병원안내문 등 이 모든 것을 일관성 있게 분류 정리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환자의 혼란을 줄일 수 있고 병원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료진 소개, 증상의 소개 등의 위치와 병원 안내문 부착의 경우 색상으로 분류하는 것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는 장소가 협소할 경우 부문별로 면을 나눠서 부착하게 되면 환자들이 쉽게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좀 더 살펴보면 입구부터 안내를 받아야 하는 진료과를 색상으로 표기하고, 진료실의 알림도 큼직하게 표기해서 잘 보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접수창구의 높이도 노약자나 휠체어 이용자들을 위해 한두 군데는 일반 창구보다 낮게 준비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편의성도 도모하고 시간상의 절약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노약자나 휠체어 이용자들에게 호감도도 줄 수 있고 병원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복도 바닥의 표시 Sydeny University. Australia
복도 바닥의 표시 Sydeny University. Australia

현실을 직시해보면 너무 미적, 디자인적으로만 치중을 하다 보니 환자나 병원 업무를 위해 실용적이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디자인적으로 한다고 너무 작게 표기하거나 단순하게 처리하여 일반 환자가 보기 어려운 경우도 상당히 많음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병원은 환자와 가족 등 다양한 사람들이 출입하는 곳이라 그들의 편리함을 최우선해야 한다. 대부분 병원의 경우 진료실이 어디에 있는지 검사실이 어디인지 찾기가 어려울 때가 종종 있어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더군다나 고연령층이 많아지는 요즈음은 더욱더 신경을 써야 하는 항목이라 하겠다.

시인성이 좋은 표시 Powerhouse museum. Australia
시인성이 좋은 표시 Powerhouse museum. Australia

최근 들어 유니버설 디자인이 인기를 얻고 있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그 필요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Universal Design Coalition 회장인 Larry Hale는 "필요하기 전에 이미 필요하다." (you need it before you need it.)라고 했다. 이처럼 병원에서도 이제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고려할 때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이유는 환자의 편의를 도모해주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병원 업무의 효율화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끝으로 병원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광고 홍보만큼이나 중요한 위치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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