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OPINION 전문가 칼럼
암과 암 줄기세포
  • 장석원(충민내과의원 원장)
  • 승인 2021.06.23 13:06
  • 댓글 0

[엠디저널]

암의 모습

암세포는 증식만 한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무한히 증식하고 점차 다른 장기로 전이하여 끝내는 생체를 제물로 삼고 만다. 그리고 생체를 제물로 만들면 자기 자신도 죽는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우리 몸에 있는 모든 세포는 수정란에서 출발한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생긴 1개의 수정란이 계속 분열을 해서 세포 수가 늘어나는 것을 증식이라고 한다. 그 후에 배반포라고 하는 포배(blastula, 胞胚) 상태가 되는데, 배반포의 안쪽에는 내세포괴(inner cell mass)라고 하는 세포 덩어리가 있다. 배반포 내에 있는 내세포괴의 세포들이 배아 줄기세포로, 이 세포들이 세포분열과 분화를 거쳐 태아의 모든 장기 세포를 만든다. 즉, 수정란은 분열과 증식을 하고, 분화할 수 있는 세포들을 만든다. 그다음에 분화되면 그때부터 고유의 기능을 수행한다. 그래서 간 줄기세포는 간세포를 만들고, 심장 줄기세포는 심장 세포를 만들고, 신경 줄기세포에서는 신경세포가 만들어진다. 그러다가 수명이 다하면 노화가 일어나 세포자살로 이어진다. 

무엇이 암세포일까?

암세포는 분화되지 않고 무한정 증식하기만 하는 세포다. 1개의 수정란이 분열・증식하고 배아 줄기세포에서 분화가 일어나며 노화가 일어나 세포자살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은 유전자에 의해 조절되는데, 이것이 깨지면 암세포가 된다. 다시 말해, 증식 조절에 문제가 있는 세포를 암세포라 한다. 그러므로 분화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 있으면 암세포의 증식을 멈출 수 있다. 세포가 수명을 다하고 죽으면 암세포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달리 무한정 증식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즉, 죽지 않는 불멸의 세포로, 영원히 분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암세포는 분열할 수 있는 신호가 계속 가는 것이고, 정상세포에는 이것을 억제하는 기전이 있다. 

암세포만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세포의 성장은 세포핵 내 유전자의 신호 전달에 의해 조절되는데, 암세포는 증식 억제 신호에 무감각하여 조절되지 않는다. 그래서 무한정 증식만 한다.

둘째, 세포는 수명을 다하면 노화되어 자멸사해야 하는데, 자멸사를 회피하는 불멸의 세포가 암세포다. 

셋째, 지속적으로 혈관을 생성한다. 암세포가 성장하고 전이하기 위해서는 암 조직에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혈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넷째, 조직 침습과 전이를 한다. 어느 장기에 생긴 암 조직에서 암세포가 떨어져 나와 주위 조직을 뚫고 혈관으로 파고들어가 혈액을 타고 이동하다가, 다시 혈관을 뚫고 자기가 원하는 장기에 도달하여 뿌리를 내리고 새롭게 증식하는 것이 전이다. 한 가지 장기에 국한된 암은 수술하여 메스로 도려내거나 방사선으로 태워버리면 되지만, 이미 여기저기에 퍼진 암을 모두 없애기는 어렵다. 전이된 암세포로 인해 암이 재발하므로 근치가 어렵고, 암세포가 퍼져 치명적인 장기에 전이되면 암 환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암세포는 혈관 안팎으로 너무나 쉽게 들어왔다 나갈 수 있는 전이 능력이 있다. 

다섯째, 산소가 없는 저산소(hypoxia) 환경에서 자란다. 저산소 구역에 있는 암세포에서는 암 줄기세포 발현 유전자가 작동하여 암 줄기세포가 만들어진다. 암 줄기세포는 새로운 암세포를 만들고, 암세포에서 혈관내피성장인자(VEGF)가 분비되어 새로운 혈관을 형성하면 암 조직에 영양을 공급하여 암 덩어리가 커진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종양은 덩치를 키워 암 세력을 넓혀서 인체를 지배하게 된다.

생체리듬과 암

사람의 몸에는 일종의 시계 같은 것이 있어서 인체의 생체리듬을 주관하는데, 이를 생체시계(bio-clock)라고 한다. 생체시계는 낮과 밤의 주기에 따라 몸에 변화를 일으키는 
생물학적인 시계로, 단세포 생물, 다세포 생물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다. 체내 생체시계는 태양의 움직임과 수많은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한 결과로, 우리 신체 내에서 움직이는 시계와 같다. 

생체시계는 24시간 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에 따라 체온, 혈압, 호르몬 분비, 대사 등 생리적인 현상을 조절한다. 모든 생물체는 24시간을 주기로 일정하게 움직이는 리듬이 있다. 예를 들어 식물의 경우 24시간 동안 어두운 암실에 넣어두어도 기공이 하루 주기로 열리고 닫히는데, 24시간 동안 인공적으로 빛을 쬐어도 마찬가지다. 이를 통해 식물도 내부적 요소에 의해 생체리듬이 조절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식물처럼 생체리듬이 있다.

생체리듬은 자전하는 지구에 맞춰 일정한 주기로 생체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저녁 9시 무렵부터 자정까지는 수면 유지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어 깊은 잠에 빠지게 한다. 0시부터 새벽 3시까지는 멜라토닌 분비가 최고에 이르러 깊은 수면 상태를 유지하고, 새벽 3시부터 6시까지는 체온이 가장 낮아진다. 새벽에는 체온이 낮아져 한기를 느끼므로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오전 6시쯤 기상을 준비할 때면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코티솔이 분비되기 시작하고, 오전 6시부터 9시 사이에 혈압이 가장 빠르게 상승한다. 따라서 기상 무렵에는 심장이 불안정해져 뇌졸중이나 심장병 발작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심혈관 질환이 있다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신선한 새벽 공기를 마시는 것은 좋긴 하지만 추운 겨울에는 갑작스럽게 혈압이 상승해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노인이나 환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는 정신이 가장 맑은 상태이므로 이때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 좋다.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는 신체 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므로 운동하기에 적합하다. 오후 6시쯤 되면 체온이 높아지고, 오후 6시부터 9시 사이에 혈압이 최고에 이른다. 이렇듯 하루 24시간 태양의 주기에 따라 몸은 빛을 감지하여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기 때문에 밤엔 졸리고 아침엔 깬다. 빛이 감소하는 밤엔 수면 유도 호르몬이 나오고, 해가 뜨는 아침엔 스트레스 대항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사람도 식물처럼 태양주기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태양주기에 따라 살아간다.

현대인에게 암이 많이 발생하는 까닭

이와 같이 일정하게 바뀌는 리듬에 맞춰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사람은 건강을 유지한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체내 생체시계를 거슬러 태양주기와 다르게 사는 탓에 건강을 해치곤 한다. 사람의 생체리듬은 낮에 활동하고 밤에는 잠자는 데 익숙해져 있으므로, 생체시계가 불규칙하게 돌아갈 경우 생체리듬이 깨져 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대인이 앓고 있는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은 24시간 생체주기의 혼란 때문이다. 인체에서 일정하게 돌아가는 생물학적 주기가 무너지면서 질병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생체리듬을 무시하고 사는 현대인에게 몸이 보내는 경고다. 예를 들면 야간 근무자는 밤에 일하고 낮에 잠을 자는데, 생체시계 리듬이 교란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수면장애, 만성피로, 두통, 무기력증,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심하면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낮과 밤이 바뀌면 위액 분비의 리듬을 파괴해 위장 질환에 걸릴 수 있고, 각종 내분비계 질환에도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밤에는 빛에 시달리고 낮에 자면 가수면 상태가 되어 수면장애를 유발한다. 수면장애는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뿐 아니라 각종 신체적 질환과 불안장애,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야간 근무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 이유로는 첫째, 활동해야 
할 낮 시간에 잠을 자게 되면 멜라토닌 분비량이 부족해 인체 면역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쳐 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둘째, 유전자인 DNA가 손상받아 손상된 DNA가 복구되지 않으면 DNA 복제 과정 중에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전자 변이가 축적되어 암세포가 생긴다. 야간 근무가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능력을 떨어뜨려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생체리듬을 교란하는 야간 근무를 발암 요인으로 지정했다. 장기간 석면에 노출된 노동자에서 폐암이 발생하는 것처럼, 장기간 야간 근무를 한 사람도 암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생체시계의 비밀을 푼 메인대학교의 제프리 홀 교수, 브랜다이스대학의 마이클 로스배시 교수, 록펠러대학의 마이클 영 교수 등 미국 과학자 3명에게 주어졌다. 이들은 24시간 주기에 따라 몸에 변화를 일으키는 생체시계 유전자와 그 기능을 발견했다. 생체리듬에 따라 생물학적 리듬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사과즙파리에서 찾아내어, 사람의 몸도 정해진 생체리듬에 따라 작동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장거리 비행을 하거나 야근을 하면 새로 바뀐 시간에 적응하지 못하고 피곤하거나 졸린 것도 생체시계의 영향 때문이다. 

인체는 원래부터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도록 설계되었다. 유전자 설계도가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체는 낮에는 태양을 보며 활동하고, 밤에는 쉬며 잠을 자길 원한다. 자정을 넘겨 잠을 자면 다음 날 평소보다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자정을 넘기면 지구는 그만큼 더 자전하여 아주 먼 상공에서는 태양이 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생체시계도 움직여 생체리듬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생체리듬과 실생활이 어긋나면 제일 먼저 피곤 현상이 나타난다. 피곤 현상은 졸림을 유발하고 이어서 수면장애가 생긴다. 수면장애는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뿐 아니라, 각종 신체적 질환과 불안장애,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환,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 결과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증상이 아무리 미미해도 잘못된 생활 습관에 원인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인체의 병은 자동차가 고장난 것과는 다르므로, 잘못된 곳을 고치면 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내 몸의 병이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인지 반성할 필요가 
있고, 순간순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스스로 되짚어봐야 
한다. 그러므로 병이 생긴 근원을 다스리지 않고 약만 먹어서는 회복할 수 없다. 일시적으로 나은 것 같아도 같은 생활을 반복하면 똑같은 증상이 생기기 마련이다. 따라서 나의 생활에서 원인을 찾아 개선해야만 회복할 수 있고 자연 치유력도 생긴다. 병이 생겼을 때 병이 낫는 것은 약이 아니라 스스로 병을 이겨내는 자연 치유력 덕택이다. 

밥은 한두 끼 굶을 수 있지만, 잠은 하루라도 자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인간은 수면을 통해 소비한 에너지를 보충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한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건강을 유지하거나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연에 순응하여 살아가야 한다. 극기 훈련 하듯이 몸을 혹사해서는 안 된다.

암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고대에 우리 선조들은 해가 지면 캄캄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쳐다보며 달빛을 불빛 삼아 정담을 나누었다. 그들은 하늘 저 멀리 수많은 별의 집단인 은하계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수많은 별의 집단인 은하계는 돌고 있고, 그 안에 있는 별들뿐만 아니라 지구도 자전하며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우주의 어느 한 별도 멋대로 움직이지 않으며 정확한 시스템의 조절을 받는다. 

우리는 매일 시간과 더불어, 시간 속에서 산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별 관심이 없다. 하루를 24시간이라고 하고, 지구가 한 번 자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24등분하여 1시간으로 정했다. 그리고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한 번 공전하는 데 365일이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1년으로 정했다. 밤하늘의 별만 바라보지 않고 그 별이 담긴 우주에 대한 관심이 시간의 발명으로 연결된 것이다. 

옛날에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지만, 수평선 너머로 배가 사라지는 것을 보다가 왜 배가 사라질까 의심을 품은 사람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갈 수 없기에 볼 수 없었던 우주도 우주선을 타고 가서 볼 수 있고,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던 세포의 세계도 현미경으로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없던 사실이 아니라 이미 있던 것을 새롭게 보아 찾아낸 결과다. 몰랐던 사실을 찾아내면 새로운 발견이라고 한다. 

세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과학의 발달로 모든 세포의 세포막에는 물질을 받아들이는 입구와 출구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혈액을 타고 도는 당분은 세포 속에 들어가야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당분이 세포 속으로 들어가려면 세포의 입구가 열려야 한다. 그런데 정상인은 세포의 입구가 열려 당분이 세포 내로 들어갈 수 있지만, 당뇨 환자는 당분이 세포 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을 따라 돌다 과잉이 되어 오줌을 타고 나간다. 에너지로 이용되어야 할 당분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니 당뇨 환자는 늘 피곤하다. 

암도 마찬가지다. 암 치료 후 10년간 재발 없이 지내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전이된 부위가 발견되면서 아주 빠르게 전신으로 퍼지는 경우가 있다. 암 치료 후에 암 덩어리가 없어졌는데 어떻게 전이가 일어날까 의심을 품은 과학자에 의해 암 줄기세포가 발견되었다. 암 덩어리를 이루는 암세포 중에 증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세포가 별도로 존재한다는 가설로부터 암 줄기세포의 존재가 입증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잘사는 나라는 잘사는 이유가 있다. 못사는 나라도 역시 못사는 이유가 있다. 마찬가지로 암에 항암제가 듣지 않는 이유가 있고, 암이 전이를 일으키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를 밝히려면 해가 뜬다는 표현을 지구가 돈다는 관점에서 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주위의 모든 사물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암도 마찬가지다. 

장석원(충민내과의원 원장)  emd@mdjournal.net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석원(충민내과의원 원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