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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가르기’는 정권을 얻을 수는 있어도, 나라를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

  • 입력 2021.08.13 16:02
  • 기자명 장석일 (가톨릭의대 산부인과 외래교수,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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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예전에 TV 개그 프로그램 코미디빅리그에 ‘갑과 을’이라는 프로가 있었다. 한사람은 옷가게 주인이고, 다른 한사람은 중국음식 배달원으로 옷가게에 자장면 배달 온 장면에서 시작된다. 옷가게 주인이 배달원에게 “왜 이렇게 늦게 왔냐”는 타박에서 시작하여, “면이 불었네”, “단무지를 적게 갖고 왔네”, “가격은 왜 이렇게 비싸냐”는 등 “딱 보면 모르냐”며 온갖 갑질을 하면서 배달원을 못살게 괴롭힌다. 옷가게를 나가려던 배달원이 옷을 사면서 상황은 완전히 뒤바뀐다. 같은 방식으로 배달원은 옷가게 주인에게 “값이 비싸다”, 옷 사이즈를 “딱 보면 모르겠냐”며 복수를 하는 개그이다.

지하철에서 젊은이가 자리를 양보하지 않으면 전통 사회의 유교적 가치인 어른 공경을 강조하며 나무란다. 그러나 자신보다 연장자와 언쟁을 할 때는 인간 평등이나 민주주의 이론으로 대응하면서 상대를 꼰대 취급한다. 자신이 포함되어 있는 지역을 개발할 때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자신이 배제된 지역을 개발한다고 하면 환경을 훼손하고 난개발이 우려된다고 반대한다.

현대 사회는 다양성의 시대이다. 많은 가치가 공존하면서 역동적인 사회도 만들고, 개인은 선택의 자유를 누리며 개성을 발휘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다양한 가치를 자기가 편리한 대로, 때로는 자기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방편이나 명분으로 사용한다. 다시 말해 자기 편리한 대로 유리한 방향으로 사용한다. 그러면서도 마음의 갈등을 느끼지 않는다.

정신분석 정치이론의 대가인 프레드 알포드 교수는 ‘동시성적 자아’ 또는 ‘동시 다중적 자아’라고 표현했다. 이런 사람들은 일정한 논리가 없이 자기 편한 대로 다양한 논리로 변명만 늘어놓는다. 우리사회가 사회적 타협점을 찾기 어렵고 갈등만 증폭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상황에 따라 말을 자주 바꾸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을 보수라고 보는 사람은 깊은 생각 없이 좌파를 나쁘다고 한다. 자신이 진보하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는 진취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영, 호남 지역에 따라서도 해석이 다르다.

엄밀히 얘기하면 자기 편한 대로 논리와 가치를 꿰맞추어 보수가 되기도 하고 진보가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갈등에서 남는 것은 내 편이냐 아니냐는 감정만 남는다. 이것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부추긴다.

영원한 갑도 없고, 영원한 을도 없다. 갑이었던 사람이 다른 상황에서는 을도 되고 병도 되는 것이다. 갑을 유지하려고 자기 편한 대로 가치를 왜곡해서도 안되고, 변명을 해서도 안된다.

현대사회는 모든 정책을 둘로 양분할 수 없다. 그래서 다양화, 다원화된 사회라고 부른다. 정책 내용을 양분하려다 보니 나와 다른 생각을 갖는 상대방을 비방하게 되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게 되고 국론은 분열되는 것이다.

내 편만을 챙기게 되니 ‘내로남불’이 되고 국민이 편을 갈라 갈등하게 되면서 국가적 역량을 소모하게 된다.

우리나라 갈등 구조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편을 가르지 않으면 된다. 

정치적 목적으로 편을 갈라서 정권을 획득했을는지는 몰라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가는 단기, 중기, 장기 목표를 국민적 동의를 얻어서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국민 갈등을 줄이는 시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은 어릴 때부터 장기간의 교육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구체화하여 말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 의식이 되고, 대한민국의 문화가 될 것이다. 건전한 토론문화는 민주주의를 합리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시켜 선진 사회로 도약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정권을 잃어도 나라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애국심이 절실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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