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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길이 나는 원리
  •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승인 2021.10.2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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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왜 마음에 길이 날까요? 저는 마음에 길이 나는 원리를 2003년에 좌선 수행을 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앉아서 수행을 하는데 생각이 탁 올라왔습니다. 제가 의도한 것도 아니고 그 생각과 관련된 다른 무언가를 하지도 않았는데 어떤 생각이 그냥 올라온 거예요. 그래서 굉장히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생각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구나!’ 하는 놀람 속에서 그 생각이 어디서 올라오는지 계속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거대한 생각의 탱크에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봤습니다. 그 탱크 속에 든 것들 가운데서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그때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달인의 비밀 같은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이 왜 물리를 잘하냐면, 생각의 탱크에 물리가 꽉 차 있기 때문입니다. 모차르트는 생각의 탱크에 음악이 꽉 차 있어서 수많은 명곡을 작곡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사람은 영어, 한국 사람은 한국어가 생각의 탱크에 꽉 차 있으므로 말이 즉각적으로 튀어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올라오기를 바라지 않는 것은 생각의 탱크에 넣지를 말아야겠다.’

생각의 탱크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습니다. 첫째, 생각의 탱크는 용량이 엄청나게 큽니다. 둘째, 생각의 탱크에 들어있는 건 지울 수 없습니다. 컴퓨터에서는 자료를 지울 수 있지만 생각의 탱크에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이유는, 자기에게 있는 것은 언제라도 떠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바람기가 있는 사람이 수행도 하고 좋은 친구도 만나고 술도 안 먹고 해서 바람기의 영향을 전혀 안 받는 사람이 됐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바람기 없는 사람으로 남느냐 하면 그건 아니에요. 어떤 조건이 마련되면, 예를 들어 술도 마시고 바람기 있는 친구도 사귀고 그러면 얼마든지 또 바람기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생각의 탱크에 무엇이 들어있느냐, 또 거기서 무엇이 올라오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이냐가 결정됩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 생각의 탱크에 무언가가 입력되는지도 관찰했습니다. 그랬더니 여섯 가지 경로, 즉 눈, 귀, 코, 혀, 몸, 정신작용을 통해서 입력되었습니다. 눈으로 본 건 다 들어갑니다. 우리 눈은 기능이 탁월한 카메라라서 찍자마자 바로 저장됩니다. 귀로 들은 것, 코로 냄새 맡은 것, 혀로 맛본 것, 몸으로 감촉한 것도 마찬가지로 바로 저장됩니다.

마지막으로, 정신작용을 통해 입력되는 것인데, 이게 굉장히 무서운 겁니다. (제가 볼 때 사람에게서는 눈과 정신작용의 비중이 아주 높습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영화를 봤습니다. 둘 다 한순간도 졸지 않고 영화를 집중해서 봤습니다. 이러면 눈과 귀로 입력된 것들은 비슷하겠지요. 그런데 한 사람은 본 걸로 끝났고, 다른 사람은 영화를 본 뒤 그에 대해서 생각도 많이 하고 친구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당연히 후자에게 영화에 관한 훨씬 더 많은 것이 입력되었겠지요.

이 원리를 잘 알면 자기가 어느 때 잘했다, 잘못했다라고 생각하는 습관도 많이 줄어듭니다. 사실 우리는 준비된 만큼만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 순간에 잘하려고 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많이 입력된 것은 잘 올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많이 하면 많이 올라옵니다. 이것이 마음에 길이 나는 원리입니다. 처음으로 호흡 수행을 할 때는 들숨과 날숨을 자주 놓칩니다. 염불 수행도 그렇고 다라니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많이 하면 잘됩니다. 자꾸자꾸 하니까 자꾸자꾸 쉬워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마음이 과거나 미래로 가면 현재로 데려오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그러면 현재에 있을 때 어떤 이득이 있느냐. 무엇보다도, 과거나 미래로 갔을 때 받는 영향에서 벗어나는 이득이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에 있는 것이 확고해지면 모든 괴로움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현재에 있게 되면 현재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므로 분명한 앎이 생깁니다. 현재 일어나는 걸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이 왔다 갔다 하지 않고 한곳에 집중될 뿐 아니라 (보통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 사라지면서 마음에 있는 아는 기능이 고도로 발휘되어 분명한 앎이 생기는 것입니다. 분명한 앎이 생기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분명해집니다. 그 결과 생활에 필요한 적절하고 분명한 지혜가 생깁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마구 뒤섞여 있으면, 모르는 것을 아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하고 아는 것을 모르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해서 틀린 길로 가기가 쉽거든요. 그런데 이 둘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되니 확실하게 아는 쪽으로 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에 있게 되면 이 밖에도 여러 이득이 있습니다. 현재 하는 일에 충실하게 되어 좋은 일이 많이 축적이 됩니다. 잠도 잘 잘 수 있게 됩니다. 표정도 밝아지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지지요. 자신감도 생기고 진정한 힘이 생깁니다. 셀 수 없이 좋은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를 보물로 여깁니다. 그에 비해 과거와 미래는 독이 섞인 꿀물입니다. 현재가 우리에게 주는 엄청난 이득을 알게 되면 추억을 떠올리거나 미래를 꿈꾸는 일 같은 걸 안 하게 됩니다. 현재의 이득을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과거와 미래로 가지만, 현재에 있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 점점 바뀌어서 다시는 그리로 안 가게 됩니다.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md@md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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