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단일 주제로 노벨상 7회 수상, 어떤 물질이길래?

  • 입력 2022.05.09 12:33
  • 수정 2022.06.07 15:30
  • 기자명 최남현 (마리클(대전)의원 원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엠디저널] 미국 394명, 영국 136명, 독일 113명, 일본 30명, 미국의 하버드 대학은 161명, 하지만 대한민국은 단 1명.

무엇을 말하는지 감이 오는가? 이것은 문자 그대로 세계 최고라 불리는 상, 노벨상의 수상자 인원수다(집계 방식에 따라 각 집단의 수상자 인원수가 다를 수 있음은 참고해주시길).

한 대학이 161개를 받는 동안 우리나라가 단 1개밖에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 상을 받기까지의 난이도, 그리고 그 압도적인 권위를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수치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상을 단 1가지 주제로 7번이나 수상한 케이스가 있다. 도대체 얼마나 중요한 것이기에, 과학이라는 넓고 깊은 주제에서 이런 놀라운 기록을 달성하게 된 것일까?

[글리코영양소, 노벨상 위원회가 주목한 그것]

그 주인공은 바로 ‘글리코영양소(Glyconutrients)’로, 인체에서 발견되는 8가지 당단백질(글루코즈, 갈락토즈, 만노즈, 퓨코즈, 자일로즈, 엔 아세틸 글루코사민, 엔 아세틸 갈락토사민, 엔 사세틸 뉴라민산)을 구성하고 있는 단당류(탄수화물의 일종)를 지칭하는 것이다.

글리코영양소와 당사슬
글리코영양소와 당사슬

글리코영양소 관련 주제의 노벨상 수상 내역 (총 7번)

- 1992년, 에드먼 피셔, 에드윈 크레브스 등이 단백질 인산화에 의해 근육에 저장되어 있던 글리코겐이 고에너지를 갖는 당분으로 유리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 1994년, 알프레드 G. 길먼, 마틴 로드벨 등이 세포 내부에서 신호전달 과정이 세포막에 있는 G단백질에서 시작한다는 내용으로, G단백질의 발견과 세포 내 신호전달 체계에서의 기능 연구로 노벨 생리 의학상을 수상하였다.

- 1996년 피터 C. 도허티, 롤프 M. 칭커나겔 등이 쥐를 가지고 세포 매개 면역 방어 체계의 특이성을 밝혀내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 1999년 권터 블로펠이 세포 내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맨 앞쪽에 특별한 인식장치(Signal polypeptide)가 있어 이것이 단백질의 이동 경로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혀내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 2000년 아르비드 칼손, 폴그린가드, 에릭 캔들 등이 신경계의 신호전달에 대한 발견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 2001년 릴런드 H. 하트웰, 팀 헌트, 폴 너스 등이 세포 분화 과정을 조절하는 유전자와, 세포분화 주기를 조절하는 단백질인 사이클린과 CDK를 발견하여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 2012년 브라이언 코빌카와 로버트 레프코위츠 등이 G단백질 연결 수용체 연구를 통해 세포막에서 호르몬이나 신경전달 물질이 세포에 작용하도록 만든다는 것을 밝혀내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다.

글리코영양소 관련 주제의 노벨상 7회 수상 내용
글리코영양소 관련 주제의 노벨상 7회 수상 내용

대단은 한데, 이게 나와 무슨 상관인가?

다만 이 글을 읽는 독자는 딱히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대단한 양반들이 엄청나게 복잡한 연구를 했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설명하자면 굉장히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리 몸의 모든 세포활동(의사소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당장 숨 쉬고 밥 먹고, 병균에 대한 면역활동 등 생명현상이 일어나는 그 모든 것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7번의 노벨상과 그 너머의 연구 수만 건을 통해 밝혀진 글리코영양소의 역할과 기능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세포간의 교통: 당질 부호
  2. 항체 기능
  3. 항 감염 기능
  4. 암세포의 성장 및 전이의 억제
  5. 대사 관계
  6. 호르몬 조절 기능
  7. 산화 스트레스 보호 작용
  8. 세포면역 및 면역계 조정기능
  9. 중추신경계 관여
  10. 줄기세포 활성화

이를 잘못 이해하면, 우리 몸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니 이렇게 접근해보자.

사람이 사막을 걸어가다가 탈수증으로 쓰려졌을 때는, 어떤 병원에서 어떤 약을 사용해도 해결책이 없다. 유일한 해결책은 물이다. 산소가 부족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때는 산소공급만이 답이다.

글리코영양소도 마찬가지다. 약이 아닌, 신체가 정상 작동하는데 필요한 필수 물질이다. 물과 산소와 같은 맥락인 것이다.

현대 과학에 의하면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는 당사슬(앞서 언급한 ‘세포간 의사소통’의 핵심 도구, 글리코영양소가 주 구성성분임)이 10만개가 있어야 정상인데, 현대인들은 글리코영양소의 섭취가 부족해 당사슬이 제 기능과 역할을 못해 갖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과학의 덕으로 이제야 그 기능과 역할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그 하나의 예가,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중의 하나인 MIT에서 글리코믹스(글리코영양소에 대한 연구)를 세상을 바꿀 10대 신기술 중 하나(유일한 건강 관련 주제)로 선정한 것이다.

정상 세포와 ‘섬모(당사슬)’
정상 세포와 ‘섬모(당사슬)’

[우리는 이것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이렇게 중요한 영양소라면, 당장 우리가 어떻게 섭취할 수 있을지 질문해볼만 하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영양소를 획득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의 식단에서 글리코영양소는 조금 다른 문제다. 이는 아무렇게나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중요성만 치자면 3대 에너지원인 단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 훨씬 중요하다(일단 없으면 굶어 죽지 않는가). 하지만 그 누구도 여기에 주목하진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쉽고 당연하게 얻을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글리코영양소는 왜 다른가? 현대인들이 식생활에서 쉽게 섭취할 수 없어 부족한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지레짐작으로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이라 착각하여(이미 탄수화물 중 포도당과 같은 단당류가 200여가지라 밝혀짐) 많아서 문제라고 잘못 알고 있다.

현대인들이 글리코영양소를 쉽게 식탁에서 섭취할 수 없는 이유는 유통의 문제다. 글리코영양소는 식물의 성장 과정의 마지막인 ‘완숙’ 과정에서 광합성을 통해 생성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수입 농산물 또는 유통 효율 때문에 유통과정이 길어진 식물들을 섭취한다. 다시말해 덜 익은채로 수확한 식물들을 섭취할 수 밖에 없어, 글리코영양소의 섭취가 부족하다.

글리코영양소는 과거에는 충분히 섭취할 수 있었지만, 위와 같이 유통과정과 재배 방법의 변화로 현대인들의 섭취가 어려워졌다. 때문에 이를 ‘잃어버린 영양소’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현대인들은 다른 필수영양소도 섭취가 부족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 신체 내의 글리코영양소의 자연 합성도 어려워 결핍 현상이 더욱 심하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많은 글리코영양소가 10일 이하의 ‘반감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지난한 과정을 거쳐 글리코영양소를 섭취해도 10일이 넘어가면 몸 안에서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지속적으로 글리코영양소를 섭취해야 하는 이유다.

인간의 건강한 삶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니만큼, 많은 연구 단체와 기업들이 이를 연구중이고 일정 수준의 성과도 있다. 하지만 일반인이 섭취할만큼 상용화된 수준의 제품은 현재 미국 매나테크사의 ‘엠브로토스(Ambrotose)’가 유일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어쩌면, 새로운 ‘상식’]

이는 아직 생소한 지식으로, 너무 급진적인 태도가 아닌가 의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의학에서 이러한 ‘최신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 당장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한 상식인 ‘혈액형’조차 검증된지 채 100년이 되지 않은 지식(1930년 노벨상 수상)이다. 거의 모든 수술에 필수적인 수혈을 위한 기본 지식조차 이러한 수준이니, 이 새로운 지식이 몇 년 후에는 새로운 ‘상식’으로 자리잡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