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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좀 만듭시다!

  • 입력 2022.07.08 15:56
  • 기자명 김영숙(정신건강의학전문의/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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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어느 대학교 연구진이 배불뚝이 임신부들을 많이 불러모았다. 이 여인들은 자신이 훌륭한 엄마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이 훌륭한 엄마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 불안해 했다. 이해가 갈만한 일이다. 왜냐하면 미국 사회에서는 아이 기르는 방법이 시대에 따라 바뀐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같은 시대에도 매를 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또는 부모 침대에서 아이를 가끔 재워도 될지 말아야 할지, 늘 이론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이 젊은 엄마 후보생들은 정말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를 가려내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알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연구진은 예비 엄마들의 어린 사진을 소상히 물었다. 특히 자신의 엄마와 지낸 옛날의 기억들을 모두 회상시켜 보았다. 어떤 사람들은 엄마에게서 심하게 맞고 학대를 받았던 것을 많이 연상했다. 어떤 사람들은 가난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과 피크닉을 갔을 때의 행복감을 아직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었다.

추억이 많은 사람이 행복한 사람

그러나 어떤 예비 엄마들은 어린 시절이 흐릿한 옛 사진처럼 아무 느낌 없는 ‘회색지대’ 일 분이었다. 이야기를 들어 사건에 대한 기억은 대충 있어도 그에 얽힌 기쁨이나 슬픔 등의 느낌은 도통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이들 예비 엄마들의 과거와 현재의 경제적 상태, 교육 정도, 건강의 유무 등을 모두 세심하게 조사했음을 물론이다. 도대체 어떤 조건의 여성들이 소위 ‘좋은 엄마’로 될 것 인가에 대해 연구팀만이 아니라 예비 엄마들의 관심도 높았다.

그리고 18개월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뱃속에 있던 아기들이 태어나 18개월이 되었을 떼 연구팀이 이들을 다시 불렀다. 엄마와 아기가 같이 와 또 다시 많은 시간을 지냈다. 우선 엄마들이 얼마나 본인을 좋은 엄마라고 느끼고 행복감을 경험하는지 알아봤다. 그리고 아기와 대화하고, 놀고, 훈련하는 모습을 통해 좋은 엄마의 점수를 매겼다.

따로 아기를 관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과정 중에서 재미있는 결과가 계속 나타났다. 우선 좋은 엄마가 되는 데에는 훌륭한 학식이나 교양, 교육받은 정도 등이 큰 상관이 없었다. 그 다음에 재미있는 것은 경제적 여건이나 사회적 계층에도 지대한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젊은 엄마의 사회적 위치나 그 엄마를 길렀던 부모님의 사회적 지위 등이 결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여 주지 못했다.

그런데 한 가지만 뚜렷한 차이를 가져왔다. 그것은 엄마 자신이 갖고 있는 자신의 엄마나 할머니 또는 길러 준 사람에 대한 ‘생생한 감정의 기억’들이었다. 무척 슬펐거나, 분했거나, 행복했거나, 놀랐던 기억 들의 강함 감정을 많이 지니고 있는 엄마들은 좋은 엄마가 될 확률이 높았다. 아무리 어려운 시절을 지냈거나 난폭하고 힘든 부모와 살았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강한 기억을 가진 경우에는 훌륭하게 자신의 아이를 기를 수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야 말로 희망에 찬 소식이 아닌가!

우리는 부모에 대한 상반된 감정과 기억들을 가질 때가 많다. 그런데 이런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육아 실력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그것이 오히려 우리가 좋은 부모가 되는데 밑바탕이 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이다. 아름답고 즐거운, 그래서 잊지 못할 추억의 기억들이야 물론 도움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가족이 같이 추억을 만들기 좋을 때다. 중간에 부부싸움을 했다고 해서 망친 여행이라고 단정짓지는 말자. 아이들은 부모의 건전한 (?) 다툼을 보면서 본인의 장래 부부싸움 연습을 할 수도 있을 테니까. 아이들이 차 안에서 싸우고 말을 듣지 않았다고 실패한 휴가는 아니다. 그런 일을 통해 아이들은 인생이 장미꽃만이 아닌 것도 배운다. 부모와 함께 울고, 웃고, 서럽고, 분했던 기억들을 갖는 것은 그들이 나중에 부모 노릇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정신적 신체적 상처를 주지는 말자. 상처가 심한 일은 무의식적으로 변질하거나 잊혀 버려질 수 있다. 그래서 몽롱해진다.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기에∙∙∙. 추억을 많이 남기는 2022년이 되길 모두에게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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