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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복달임의 대표 생선 '민어'

알고 먹으면 藥이 되는 식재료 이야기 ⑫

  • 입력 2009.08.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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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는 농어목 민어과에 속하는 난류성 물고기로, 민어과에서 가장 큰 물고기다. 예로부터 민어는 우리 국민이 즐겨먹는 서민적인 물고기로 ‘민초들의 물고기’라 해서 민어(民魚)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정약전의「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민어를 면어( 魚)라고 하고 그 속명을 민어(民魚)라고 하였다. 맛은 담담하면서도 달아서 날것으로 먹거나 익혀먹으나 다 좋다고 하였다.「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서는 민어를 회어( 魚)라 하여 탕이나 구이, 적이 다 맛이 있으며 살로는 회를 하거나 소금 간을 해서 말리면 좋으며 알도 소금을 뿌려 먹으면 좋다고 하였다.
제사상의 단골 생선인 민어는 많이 즐겨먹는 생선인 만큼 이름도 다양하게 불리었다. 전남 지방에서는 민어 큰 놈을 ‘개우치’라고 하고, 전남 법성포에서는 몸길이가 30cm 안팎인 놈을 '홍치', 완도에서는 작은 민어를 ‘불둥거리’라 하고, 서울과 인천 상인들은 두 뼘이 채 안 되는 놈을 ‘보구치’, 두 뼘 반쯤 되는 놈을 ‘가리’, 세 뼘 안팎인 놈을 ‘어스래기’, 세 뼘 반인 놈을 ‘상민어’, 네 뼘이 넘는 놈을 '민어'라고 부른다.

복더위에는 민어찜이 일품
민어의 영양을 보면 다른 흰 살 생선과 마찬가지로 체내 지방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풍부해서 맛이 담백하고, 비타민A, B등 영양소도 풍부하여 노약자 또는 병후 회복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어에는 곡류에서 부족하기 쉬운 라이신 등 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DHA와 EPA 등 오메가-3 지방산과 주요 불포화지방산이 지방산의 50% 내외를 차지한다. 민어는 칼륨의 함량이 조기의 4배나 된다. 민어의 지방은 양이 알맞고 질이 좋아 기름진 물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민어는 양질의 아미노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으며, 물고기 중에서도 소화흡수가 빨라 어린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며 노인과 환자들의 건강회복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름철 민어는 옛날 양반집 보양식이란 말이 있듯이 여름철 생선으로 그 맛이 담백하고 비린내가 적은 고급생선으로 기름이 많이 오르는 여름에 가장 맛이 있다. 맛이 깨끗하고 잡냄새가 거의 없어 인기가 좋으나, 어획량이 적다. 예로부터 남도지방에서 복더위는 ‘민어 철’로 불리어 왔을 만큼 민어는 예로부터 ‘복달임’의 으뜸 음식이었다. 삼복더위에 민어찜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삼품이었다고 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어가 귀한 생선이었다. 첫손가락에 꼽는 음식이니 값도 만만치 않다. 민어는 클수록 맛이 좋고, 풍채도 당당하다. 몸길이가 70㎝부터 크게는 1m가 넘는다. 10㎏이 넘어야 제대로 맛이 난다는데, 30㎏ 가까이 나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수컷일수록 기름져서 좋다고 한다. 큰 것은 10킬로그램이 넘는데, 시세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다른 생선에 비해 값은 비싸다.

요리법도 가지가지, 버릴 것 없는 생선 ‘민어’
민어는 버릴 것이 없는 생선으로 숭어의 알 다음으로 좋은 어란으로 알려져 있다. 민어 알을 소금에 절인 것을 어란이라고 하는데 생선에서 알을 꺼내는 즉시 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소금에 파묻고 3일간 절여 빳빳하고 단단하게 만든 다음, 아침 일찍이 알을 꺼내어 네 시간 가량 물에 담갔다가 채반에 말리고 다시 깨끗한 물에 한 시간 담갔다가 말리면 기름이 자연적으로 흐르고 윤기 나는 어란이 된다. 민어의 부레는 꽤 비싼 편이며 잘게 썰어서 볶으면 진주 같은 구슬이 되는데 이것을 아교라 하며 보약의 재료로 사용한다. 부레는 교질 단백질인 젤라틴이 주성분이고 콘드로이틴도 많은데 이들은 노화를 예방하고 피부에 탄력을 주기도 한다.
자산어보에서 ‘고기 맛이 달다 …’라고 했는데 이는 민어를 먹어보면 민어 맛이 다른 생선에 비해 달고 부드러우며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맛을 즐길 수 있는데, 민어를 회로 먹을 때는 살, 부레, 껍질, 다진 뼈 등 20여 가지 부위로 나뉘어 상에 오르는데 가히 생선 가운데 으뜸이요, 회 가운데 일품이라고 할 수 있다. 껍질은 살짝 데쳐서 기름장에 찍어 먹고, 고소한 부레도 소금을 찍어 먹는다. 살코기는 전을 부쳐 먹는 것을 최고로 친다. 퍽퍽하지 않고 쫄깃하며 부드러운 단맛이 있다. 머리는 당연히 매운탕을 낼 때 최고로 깊은 맛을 내도록 도와준다. 뼈는 진한 육수를 낼 때 사용할 뿐 아니라, 다져서 양념을 한 후 쌈을 싸서 먹기도 한다. 암민어의 내장을 빼고 배를 갈라서 소금 뿌려 말린 것을 암치라 하는데 먹을 때는 물에 불려 소금 간을 빼고 부드럽게 하여 참기름을 발라 석쇠에 구워서 보푸라기를 만들어 먹는다.

국내산 민어, 몸 폭 낮고 등 색 짙어
민어는 이름에서처럼 대중적인 생선으로 그 맛과 영양이 좋아 다양한 종류로 조리해서 먹어왔다. 민어를 이용해 만든 음식으로는 민어를 손질하여 5cm정도 자르고, 고추장과 물을 넣고 끓으면 민어, 애호박, 청홍고추, 파, 마늘을 넣고 간을 하는 민어 매운탕, 얇게 포를 뜬 민어에 소금 간을 한 후 쇠고기, 숙주, 오이, 표고버섯, 석이버섯 등을 채 썰고 양념하여 소를 만든 다음, 민어포에 녹말을 뿌리고 소를 넣어 감싼 뒤 김 오른 찜 솥에 찌는 어만두, 포 뜬 민어살에 소금 간을 하고 오이, 청홍고추, 황백지단, 석이버섯 등을 납작하게 저며 녹말을 뿌리고 끓는 물에 데친 후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 초고추장과 곁들여 내는 어채, 채 썬 쇠고기와 도톰하게 썬 무를 냄비에 볶다가 물을 붓고 고추장을 되직하게 푼 다음 민어, 파, 마늘, 미나리를 넣고 끓이는 민어감정 등이 있다.
민어의 구입 및 감별법으로는 몸 빛깔은 회색을 띤 흑색으로 등 쪽 부분이 짙으며, 배 부분은 연한 편이다. 각 지느러미는 암갈색이면서 입안은 회색 또는 회흑색이다. 몸은 약간 길고 입은 큰 편이며 위턱이 아래턱보다 약간 길며, 양턱에는 크고 단단한 송곳니가 2줄 이상 배열한다. 등지느러미 연 조부는 기저에서 1/2~1/3위로 작은 비늘로 덮여있고 아래턱 아래면 봉합부에는 4개의 아주 작은 점액구멍이 있다. 국내산은 몸의 폭이 낮고 등의 색이 짙지만, 수입산은 몸의 폭이 높고 등의 색이 연하다. 국내산은 배가 연한 회색이지만 수입산은 흰색이다. 암놈과 숫놈이 있는데 산란기가 가까워지면 암놈은 살이 조금 무르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