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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무새의초상> 성채(城砦)

Female castle

  • 입력 2010.04.01 00:00
  • 수정 2019.07.26 11:36
  • 기자명 정정만(성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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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달고 나온 고추는 남자 아기가 두발로 걷기 시작할 때부터 커지기 시작한다. 길이가 먼저 늘어나고 나중에 둘레가 커지는데 길이 10~20cm, 폭 3~5cm로 유인원(Hominoid primates) 수컷 중에서 가장 큰 양물이 되어 지하 동굴 성채에 몸집을 맞춘다. 두 다리 사이, 음침한 가랑이에 봉긋 솟아오른 큰 바위 하나. 우리 조상들은 그 지역을 ‘불두덩’ 이라고 불렀다. 두덩 너머 심산유곡의 빈번한 화사(火事)-불씨만 튀면 어김없이 대형 화재로 이어지는-때문이리라.

불두덩 암반(巖盤)을 딛고 넘어서면 천길 단애(斷崖)에 울창한 밀림(密林). 그린벨트 지역이다. 얼키설키 헝클어진 수풀을 헤치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곳에 고혹(蠱惑)의 비원(秘苑)이 펼쳐진다. 비원 앞뜰(前庭) 화단은 황량한 불모지. 북단(北端) 모서리 외진 곳에 불땀 좋은 휘황한 단추 하나. 접사리 새로 살짝 얼굴을 내미는 내숭꾸러기, 클리토리스가 수줍게 붙어 있다. 가장 민감한 감열 돌기로 요(凹)의 백미요 미니어처 음경이다.

가녀린 체구의 귀여운 막대기가 두 다리 벌리고 구들장 모서리를 의지한 채 그곳에 우뚝 서 있다. 여성을 일깨우는 휘황한 황금 단추, 음핵(clitoris)은 발생학적으로 사내물건과 조상이 같다. 남자 물건처럼 귀두(glans), 몸통(body), 다리부위(crus)로 이루어진다. 소음순과 연결된 피부 주름이 음핵을 둘러싸는 포피다. 체외 돌출 길이는 2.5cm에 불과하지만 지하에 매몰된 다리 길이까지 합산하면 12cm, 남자 물건과 거의 대동소이하다. 물건에는 오줌 줄기를 둘러싼 요도 해면체라는 푹신한 구조물이 있지만 오줌 구멍과 미니 음경이 분리되어 있는 여성구(女性具)에는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나 기실은 오줌구멍의 전측면(全側面) 부위에 질 전정구(vestibularbulb)라는 발기 조직으로 매몰되어 있다. 두 개의 발기 기둥이 한데 붙어 있지만 발기 기둥의 몸통에서 좌우 두 갈래로 갈라진 후, 골반 뼈에 붙어 음핵을 고정시킨다. 이 부위를 다리(脚部)라고 한다. 섬유성 백막이 발기 기둥을 둘러싸고 있는 점도 남자의 물건과 다를 바 없다. 발기 기둥 내부에 수세미 속 살 같은 발기 조직을 담고 있어 성적으로 각성되면 혈류가 몰려들어 발기된다.

시대의 군웅(群雄), 무소불위의 위정자, 근엄한 스승, 거룩한 성직자를 불문하고 사람이라면 하나같이 집착, 탐닉하고 열광하는 희한한 매직 홀. 권위나 성심(聖心)까지 한순간 무력화시키는 그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음핵과 이웃한 오줌 분수대. 간헐적으로 폐수를 쏟아내는 온정(溫井)이다. 이곳을 지나면 자연스레 만나는 화제의 공혈(孔穴)이 있으니, 인류 역사의 틀을 교직(交織)해 온 위력의 지공(地孔)이다. 언뜻 보면 그냥 그렇게 헤벌어져 있는 헤묽은 구덩이거나 팽개쳐진 폐광의 출입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진, 후진, 좌향좌, 우향우 등 동굴 탐사대가 정염의 굴진 춤을 시작하면 한 순간에 화염과 용암을 분출하며 지축을 흔들어대는 분화구로 돌변한다. 엄청난 쾌락의 진앙지, 숱한 사내들이 자진(自盡)하고 혼절하는 환상의 매직 홀이요 제어하기 어려운 불구멍이다.

분화구 동문(洞門) 양측에 붙어있는 구멍 덮개.

소음순이 낮은 울타리를 치고 화단의 경계를 이루다가 앞쪽으로 연장되어 클리토리스를 덮는 음핵 껍질(포피)이 된다. 낮은 울타리를 둘러싸는 또 하나의 아담한 외곽 동산이 구멍싸개, 대음순이고 남자 불알주머니와 조상이 같다. 매혹의 입술, 음순(labia)은 두 개의 피부 주름살이다. 소음순이 동굴 입구를 둘러싸고 그 외측에 대음순이라는 나지막한 동산을 이룬 것이다. 이곳 또한 감각 신경이 풍부하여 유곽(遊廓)지역으로 고시되어 있다.

소음순(小陰脣)은 아랫도리의 작은 입술이란 뜻이다. 입 언저리의 구순(口脣)을 연상 시키는 작명 방식에 선인들의 해학과 혜안이 깃들어 있다. 불씨를 지피기 위한 음순과 구순의 구음(口陰) 맞춤이 예사로운 일이니 말이다. 꽃잎을 제치면 거기 천혜의 지하 터널이 펼쳐진다. 앞뜰에서 아기 궁전에 이르는 전장 10~20cm, 폭 3~5cm의 유일한 통로가 질(膣)이다. 사랑을 확인하는 놀이 공간, 경천동지(驚天動地)의 유락시설이요, 육질 막대기의 아늑한 요람이다. 지하 동굴 벽은 3겹으로 구성된다. 동굴 내벽은 점막이다. 핏줄이 밀집된 근육 층이 벽체의 중간을 형성하고 딱딱한 섬유 살이 동굴 외벽을 지탱한다.

동굴 입구와 전벽에는 다른 곳에 비해 신경 섬유가 집중되어 성적 각성의 핵심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터널 끝은 아치형 천장으로 구성된 돔 형태의 공간이며 천장 중앙에 아기 궁전의 출입문, 자궁 경부가 불거져 있다. 터널 벽체는 빨래판 형태의 입체 벽지로 도배된 폴딩 도어(folding door)구조다. 내방한 손님에게 마찰과 신축에 의한 최고의 쾌감을 공여하는 천연 시설로서 ‘비빔의 쾌감’을 증폭, 가속시키고 평균 382g에 이르는 태아의 머리를 무리 없이 통과시키는 산도(産道)의 본디 기능을 수행한다. 가열되면 벽체에 존재한 미세한 틈새에서 열렬한 환호수(歡呼水)를 뿜어낸다. 오가는 왕복 운동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서다. 여성이 성적으로 흥분하면 신경 끄트머리에서 VIP라는 화학물질이 분비된다. 이 화학물질이 여성 성기에 분포한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를 끌어 모은다. 음핵이 발기되고 질이 젖어 드는 까닭이다.

G 지점(G-spot)이란 보물단지가 동굴 전벽(前壁)에 숨어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1950년대 독일 의사 그라펜베르크(Grafenberg)가 처음으로 발설했다 남자의 전립선에 해당하는 특별지역이며 ‘여성도 사정(射精)한다’는 항간의 속설을 G지점의 존재로 설명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 보물을 찾아낸 사람이 없어 학자들의 관심을 끌어 낼 수 없었다. 하지만 1980년대, G지점의 존재와 가치에 대한 재조명이 시작되었다. G 지점은 질구에서 요도를 따라 3~4cm 올라간 지점, 방광 목 부위에 위치하고 평소엔 손끝에 닿지 않지만 불을 지르면 10원짜리 동전만큼 부풀어 오르는 발기 조직이라는 것이다. G 지점을 건드리면 방광이 비어 있는데도 배뇨충동 같은 사정감을 느끼고 극치의 순간에는 말간 우유 빛 액체를 뿜어낸다는 주장이 대두되었다. 하지만 모든 여성이 G 지점을 내장하기 않고 단지 10~30%만이 G 지점의 축복을 받은 수혜자라고 한다. 실제로 여성의 사정 현상을 직접 촬영해 G지점의 존재를 동영상으로 실증하기도 했다.

남자의 관심은 대개 피스톤 질에 집중된다. 강인한 물리력으로 오랫동안 지치지 않은 끈기를 발휘할 수 있는 피스톤을 선망한다. 초당 2회의 속도로 2~10분 동안 약 100~500 회의 피스톤 질로 교접의 에피소드를 기록해 간다. 이와 같은 우왕좌왕 운동은 성채에 상해를 입힐 수 있다. 성채 손상을 방지하는 일은 귀두 차지다. 도토리 생김새의 귀두는 피스톤과 실린더 사이의 물리력을 완화시켜 가녀린 성채를 보호하는 쿠션이다.

사랑의 구체적 구현 수단으로 지정된 여성의 성채. 하지만 대부분의 문명사회에선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특별 관리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객용 응접실, 신분 상승용 구멍으로, 재화(財貨)를 축적하는 돈 보따리로 오용하는 교사성(狡詐性). 그래서 무단 침입, 도굴(盜掘), 담합, 야합, 불놀이, 방화, 실화(失火)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무형의 재물을 창출하는 원시의 동굴. 그것의 권력 지향성과 금력 친화성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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