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열등감은 없다, 나만의 가치를 안다면…

  • 입력 2016.05.13 10:51
  • 기자명 전현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기만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흔들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무시해도 전혀 동요가 없다.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은 누가 나를 어떻게 대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에게 열등감은 있을 수 없다.

불교 경전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는 내용이 있어 소개한다.
어느 날 붓다에게 어떤 사람이 찾아와 어떤 이유에서인지 거친 말과 욕을 했다. 붓다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떠나갔다. 제자들이 모여 그 일을 이야기하면서 붓다가 왜 그 사람을 가만히 두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투로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붓다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느냐 물었다. 제자들은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다 듣고 난 뒤 붓다는 “오늘 일은 다음의 비유로 말할 수 있다”고 하면서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너희들이 어느 집을 방문했는데 상에 먹을 수 없는 것이 올려져 있어 먹지 않고 돌아오면 그것을 누가 치워야 하겠느냐?”하고 제자들에게 물으니 제자들이 “당연히 상을 차린 사람이 치워야 합니다”라고 했다. 이에 붓다는 “오늘 일이 그와 같다”고 대답했다. 붓다는 다른 사람의 문제를 내 문제로 만들지 않는다. 붓다는 자신에 대해 확신이 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사람들에게 어떤 것을 주고 있고 어떤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알고 있다.

우리 자신에 대해 확신이 없으면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 흔들릴 수 있다.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는 사람은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봐야 한다. 자신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자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르고 있는 수가 있다.

언젠가 여행을 하면서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 것도 사람들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것은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남과 비교할 수 없는 그 사람만의 가치가 있다. 우리 모두는 진품이다. 모조품이 없다. 나와 꼭 같은 사람은 없다. 그런 점에서 가장 독창적이다.

누구나 자기 목소리를 낸다
2000년 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유럽 정신 치료 학회가 열렸다. 동행 없이 나 혼자 참석했다. 학회가 모두 끝나는 마지막 날에는 만찬이 열렸다. 항구 도시답게 배에서 열리는 만찬이었다. 배의 밑 부분에서 식사를 모두 마친 참석자들은 갑판 위로 올라와 마련된 무대 앞에 앉았다. 뱃머리에 설치된 무대에는 세 명이 아코디언, 기타, 그리고 스페인 민속 악기처럼 보이는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고 나머지 다섯 사람 정도가 청중들을 보면서 노래를 불렀다. 듣기에 참 좋았다. 특히 한 사람이 우리 청중의 눈을 끌었다. 노래를 아주 뛰어나게 잘 불러 다른 사람들과 비교가 될 정도였다. 아마 젊었을 때 유명한 테너 가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모두들 그에게 시선이 집중되어 있던 와중에 사건이 발생했다. 노래를 부르던 단원 중에 한 명이 황급히 무대를 벗어나 사라졌다. 그날 파도가 좀 있었는데 아마 멀미를 한 모양이었다. 무대에 선 사람들에게는 예기치 못한 큰 사고였다. 그러다 보니 한 사람 빠진 것을 보충하느라 나머지 사람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아까 말했던 특출하게 뛰어난 가창력을 가졌다는 사람도 혼신의 힘을 다했고 다른 멤버들도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한 사람이 빠지고부터는 노래에 더 이상 흥겨움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더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맥이 빠진 노래가 되었다. 그전의 노래와 비교하면 뭔가가 빠진 노래였다. 그러다가 30분~40분 후에 아까 무대를 빠져나갔던 멤버가 다시 돌아왔다. 다시 노래는 흥겨워지고 듣기에 무척 좋았다.

나에게는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우리는 누가 아주 강하고 뛰어나면 그 사람의 영향으로 조직이나 집단이 돌아간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거기에 모여 있는 사람 하나하나는 다 자기 소리를 낸다는 것을 여기서 느꼈다. 멤버 중에 누가 빠져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을 것이다.

물론 경우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이 일을 경험하고부터는 여러 사람이 하는 일은 예술이든, 작업이든, 학문적인 것이든 그 속에 들어 있는 사람들 각각이 자기 소리를 내고 그 소리들이 모여서 그 집단의 소리가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더 많은 소리를 낸다고 생각해서도 안 되고 내 소리는 약하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각자 누구도 낼 수 없는 자기만의 소리를 내고 자기만의 가치를 드러낸다.

이러한 사실을 분명히 알면 열등감은 발을 붙이기 어렵다. 열등감은 자기 가치를 모르고 남과 비교할 때 생긴다. 남이 가진 것을 자기는 안 가졌다고 자꾸 생각할 때 열등감이 생긴다. 나만이 가진 가치를 알고 남과 비교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때 열등감은 사라지고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 확신이 나에게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