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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흔들릴 때가 있다

  • 입력 2016.09.07 11:37
  • 기자명 전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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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든지 살다보면 흔들릴 때가 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곳이 내 평생직장이구나’하고 딴 생각 없이 열심히 다니던 사람에게도 어느 날 갑자기 회의가 찾아들 수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사회는 그만큼 복잡해지는데 나만 구태의연하게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일어난다.

직종이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직장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갈등에 빠져 보았을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에 사는 현대인은 더욱더 그렇다. 얼마 전까지 직장 동료였던 사람이 느닷없이 자기 사업을 시작한다고 할 때, 그것도 신종 사업을 벌인다고 할 때 ‘과연 잘될까’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이내 자신을 돌아보며 나는 뭔가 너무 소심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직장 내에서 진급이 남보다 뒤쳐질 때도 ‘이대로 계속 아무런 변화 없이 눌러있어도 되는가’하는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남들이 능력 없는 사람이라 수군대는 것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동료가 좀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길 때, 월급도 더 받고, 조건도 좋게 다른 곳으로 스카우트될 때도 자기만 처지는 느낌이 든다.

이럴 때 동료들과 술이라도 마시면서 불만도 털어놓고 소리라도 마음껏 지를 수 있으면 혼자만의 고민 속으로 깊이 빠져들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들도 자기와 비슷한 고민들이 있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서로 대화를 통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나 고민, 걱정 등은 직장 동료나 주위 사람에게 툭 터놓고 이야기만 해도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된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다. 그가 다니던 직장에서 부하 직원이 큰 실수를 해서 해고를 당했다. 그런데 해고된 부하 직원이 이 사람을 보고 자기만 억울하게 해고되었다며 가만두지 않겠다고 전화 협박을 했다.

협박을 당한 이 사람은 결국 피해망상이 생겨 정신병원에 입원을 했다. 부하 직원은 혼자만 해고당하니 억울해서 홧김에 해본 소리일 텐데 이 사람은 그것을 누구하고도 상의하거나 대화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거리다 결국 병까지 나게 된 것이다.

직장인들이 많이 가는 술집은 안주가 별로 많이 필요 없다고 한다. 상사를 씹으면서 술을 마시니 그렇다는 것이다. 어쨌든 속에 있는 것을 내뱉어야 다음날 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 그래야 인생이라는, 직장생활이라는 장거리 마라톤을 할 수 있다.

자신이 지금 선 자리에 회의가 들고 자신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를 때, 그리고 진지하게 앞날을 생각해 보고 싶을 때 우선 조용히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서 자기에게 왜 그러한 회의가 드는지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직장이 적성에 안 맞아서 그럴 수도 있고, 동료나 윗사람, 아랫사람들과 문제가 생겨서 그럴 수도 있고,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직장과는 무관한 절친한 친구를 만나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그 친구에게 말하고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라. 자기로서는 복잡하고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문제가 그 친구의 눈에는 의외로 쉬운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집착이 없어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후에 자신의 현재 위치를 다시 한 번 검토해 보고 자기를 있는 그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본다. 그리고 자기 주위의 현실을 냉철하게 보도록 한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조화를 찾을 줄 안다
정신 건강은 자신과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 속에서 조화를 찾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인생의 괴로움은 갈등이 있을 때 온다. 갈등은 어느 한 방향으로 정리가 되지 않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할 때 생긴다. 직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괴롭다.

나에게 치료받았던 40대 초반의 남자는 친척이 사장으로 있는 회사에 중견 간부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머리가 아프고 의욕이 없고 잠이 잘 오지 않아 나를 찾아왔다. 자기에게 왜 그런 증세가 생겼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하여 자세히 물어보니 그럴 만한 원인이 있었다.

이 사람은 맡은 일을 굉장히 열심히 하는 성격이어서 이전 직장에서도 굉장히 인정을 받았다. 현재 친척 회사에서도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얼마 전 전에 일하던 회사로부터 다시 와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조건도 상당히 좋았다. 그러나 친척의 회사를 마음대로 떠날 수 없는 상황이라 그 제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런 갈등이 병의 근본 원인이었다. 어느 한쪽으로 마음이 정리되지 않는 한 이 사람의 병이 완전히 낫기는 힘들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어느 한쪽으로 결정을 해야 되는데 그것이 안 될 때 괴로움이 일어난다. 두 가지를 다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있을 때도 결정을 할 수가 없게 된다.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몸은 여기에 있고 머릿속은 다른 곳에 가 있으면 문제가 생기고 병이 날 수 밖에 없다.

어느 한쪽을 단념하여 결정을 내리고 자기가 내린 결정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마음이 될 때 비로소 우리의 흔들리는 마음은 안정되고 중심을 잡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면 자기 인생의 진정한 주인이 될 것이고 주체성이 뚜렷하여 주위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