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나는 누구를 가장 사랑할까

  • 입력 2016.12.22 15:20
  • 기자명 전현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3년 여름 한 달을 미얀마 양곤에 있는 명상센터에 머무른 적인 있었다. 그때 거기서 같이 수행하던 한국 스님이 하루는 차를 같이 하면서 나에게 “누구를 가장 사랑합니까?”하고 물었다. 잠시 생각한 후에 아내인지 어머니인지 분명하지가 않다고 하니 스님이 “아마 아닐걸요. 잘 생각해보세요.”하며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라고 말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사실이 그런 것 같았다.

불교 경전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붓다가 인도에서 활동할 당시에는 16개국 정도의 큰 나라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북쪽의 꼬살라와 중부 지방의 마가다가 가장 컸다. 붓다는 주로 이 두 나라를 무대로 활동을 했다. 꼬살라의 왕인 빠세나디가 하루는 높은 누각에 왕비인 말리까와 함께 서서 왕비에게 “말리까여, 그대에게 그대 자신보다 더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소?”하고 물어보았다. 왕은 내심 왕비가 자기를 말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왕비는 “대왕이시여, 나에게 나 자신보다 더 사랑스러운 사람은 없습니다. 대왕이시여, 전하께서는 자신보다 더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왕은 이렇게 말한다. “말리까여, 나에게도 나 자신보다 더 사랑스러운 사람은 없소.” 이런 대화를 나눈 후에 빠세나디 왕은 붓다가 계신 곳으로 갔다. 아마 미진한 것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눈 후에 붓다가 생각나서인지 붓다를 찾아갔다.
 
빠세나디 왕과 붓다는 태어난 날이 같았다. 왕은 평생 붓다를 후원하면서 자주 찾아뵙고 가르침을 받았다. 붓다를 찾아가서는 왕비와 둘이서 나눈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붓다는 다음의 시로서 두 사람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마음이 세상 어느 곳을 찾아다녀도
자기보다 더 사랑스러운 사람을 찾지 못하듯,
다른 사람에게도 그 자신은 사랑스러우니
자신을 위해 남을 해쳐서는 안 되리.
(“말리까의 경”, 상윳따니까야 1권 275~276쪽)

자신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
자신만큼 소중한 존재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을 사랑한다고 당연히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자신을 실제로 사랑하느냐 아니냐는 중요하다. 자신을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을 아끼고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게 되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아서 하고,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남이 안 좋게 보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자신을 아끼지 않고 자신을 함부로 하게 된다. 자신에게 진정으로 무엇이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지 보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손해되는 일을 아무렇게나 하게 된다. 자신이 나쁜 상태에 빠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남이 나를 어떻게 대하든지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자신의 소중한 것처럼 남에게도 남이 소중하다는 것을 안다. 좀 전에 인용한 붓다의 말처럼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남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자신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남도 사랑하지 않고 남에게도 함부로 한다. 이렇게 되면 인간관계가 나빠지게 된다. 인간관계가 나쁘면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는 사랑해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경전에 좀 전에 등장했던 빠세나디 왕이 붓다에게 자신이 생각한 것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있다. “세존이시여, 제가 한적한 곳에서 홀로 고요히 명상하는데 다음과 같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누가 자기 자신을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여기는 사람이고, 누가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처럼 대하는 사람일까?’ 세존이시여, 어떤 사람이든지 나쁜 행위를 하고 나쁜 말을 하고 나쁜 생각을 하면 그들은 자기 자신을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들이 말로는 자기 자신을 사랑스럽게 여긴다고 해도 그들은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그들은 미워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행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사람이든지 좋은 행위를 하고 좋은 말을 하고 좋은 생각을 하면 이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말로는 자신을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있다하더라도 그들은 자신을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하기 때문입니다.” 왕의 말을 듣고 붓다는 왕의 말을 그대로 반복하면서 그렇다고 인정한다. 그러고 나서 시로써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신이 사랑스럽다고 알면
자신을 악한 행위에 묶어 두지 마라.
악한 행위를 하는 사람은
행복을 얻기 어렵다.
(“사랑스런 사람 경”, 상윳따니까야 1권 268~271쪽)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한다.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에게 손해 보는 일을 한다. 남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남에게 도움을 주면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 그래서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남을 돕는다. 남을 돕는 즐거움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