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남학생을 부모가 진료실에 데려왔다. 그럴 아이가 전혀 아닌데 최근에 두 번이나 가출을 해서 그 이유를 알아보니 학교에서 같은 반 아이가 자기를 괴롭혀서 그 아이가 안 보이는 곳으로 가고 싶어 그랬다고 했다.3학년으로 올라와서 학교 성적도 많이 떨어지고 집에서도 전과 달리 신경질을 많이 부리며 불안, 초조해보일 때가 많았다고 했다. 그런데 부모에게도 자기를 괴롭히는 애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혀 하지않아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1남 2녀의 외아들인 이 아이는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왔는데 서울생활에 적
정신집중이 안 되고 건망증이 심해지고 머리가 멍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정신과 진료실에서나 주위에서 종종 본다. 어떤 학생은 책을 봐도 집중이 되지 않아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책 위로 눈만 스쳐갈 뿐이어서 몇 시간을 공부해도 머리에 남는 것이 없다고 하고, 또 어떤 주부는 집안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무슨 이야기를 들어도 그때뿐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호소를 하는 사람들을 상담해보면 공통적으로 잡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잡념의 내용은 각각 차이가 있다. 집안일이나 회사에 대한 근심, 걱정일 수도
[1L]L씨를 처음 만난 곳은 응급실이었다. 정신과 의사가 종합병원에서 당직을 서다 응급실로 불려 내려가는 경우는 자살을 기도를 한 사람 아니면 급성 정신병적 발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L씨는 달랐다. 30대 후반의 여성인 L씨는 북적대는 응급실 침대에 조용히, 말 그대로 조용히 누워 있었다. 친정어머니가 대신 말을 거들었다. "얘가 어제 저녁부터 갑자기 목소리가 안 나온대서 한숨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계속 말을 못 하네요."발치에서 얼굴이 벌겋게 된 남편이 걱정스러운 듯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신경과적인 확인은
서론자살은 자신의 목숨을 노환으로 인한 자연사, 질병이나 급작스런 사고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죽음을 이끌어내려는 행위이다. 이러한 자살, 자살기도, 자살의도의 내면의 숨겨진 동기는 사랑의 결핍과 무능감,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거나 자기를 버린 사람에게 죄책감 등이다. 그러나 자살의 동기는 단순하거나 단편적이라기보다는 매우 다양하고 때론 복잡한 양상을 지니고 있다. 노인들의 자살률은 세계보건기구의 통계에 의하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젊은 성인에 비해 높으며, 평생 동안 자살의 위험 정도와 자살사고는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같이
[1L]평범한 직장인인 C씨는 가족들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병원에 오게 됐다. "나 참, 이제야 진정한 능력을 발휘하려는 찰나에 이해가 부족한 중생들이 제 시간을 이렇게 뺏고 있네요. 저는 빨리 가 사업 추진을 해야 하니까, 물어 볼 게 있으면 빨리빨리 물어보시죠, 의사 선생님. 저 그런데, 여기 병원은 인테리어가 좀 구식인 것 같은데요? 제가 환자들로 들끓을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좀 빌려 드릴까요?" 가족들의 얘기에 의하면 C씨는 2~3주 전부터 밤에 거의 잠을 자지 않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구상들을 적어댔는데, 하루에 공책
바야흐로 면접의 계절이 돌아왔다. 평상시 친구들과 어울려 노래방에서 노래도 부르고 수다도 잘 떨며 놀다가도 면접을 볼 때면 특별한 이유 없이 가슴이 터질 듯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오르며, 진땀이 나는 등 막연히 불안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불 보듯 뻔하게 면접관이 물어보는 질문에 얼굴만 빨개져 쭈뼛쭈뼛 대답을 제대로 못하고 면접을 망치게 된다. 이른바 면접 공포증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남들에게 관찰되는 상황에서 모욕을 당하거나 당황스럽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공포심을 느끼는 사회 공포증의 일종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
사람은 살아가면서 좋든 싫든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며 또한 그들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관계에는 혈연으로 맺어지는 관계도 있고 지연, 학연 또는 사업상의 만남일 수도 있다. 동양에서 關係란 "서로를 묶어 빗장을 채운다"는 뜻이다.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사이라는 의미다. 그러자면 내가 상대의 위에 올라가서 맞물려야 하느냐 아래에 있어야 하느냐를 결정지어야만 마찰이 없다. 즉 둘 사이의 hierarchy가 빨리 정립이 돼야 순탄하게 관계가 맺어진다. 그렇다면 서열을 정하는 기준은 무엇이 될까? 만남의 성격에 따라서
우리나라는 앞으로 13년 후에는 전체 인구의 14%가 노인 인구가 되는 고령사회가 될 예정이다. 고령사회를 맞아 걱정스러운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정작 어르신들에게 “나이 들면서 무엇이 가장 무섭습니까?”하고 물어보면 의외로 한결같이 “치매 없이 깨끗한 정신으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진단 후 사망까지 평균 8~10년이 걸린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치매만큼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을 정신적, 신체적으로 황폐화시키는 질환도 보기 드물다. 최근 신문에서는 치매와 관련된 안타까운 사연
인간의 심성을 추구하려는 심리학은 20세기 초에 개발된 행동주의 심리학(Behavioral Psychology)을 필두로 해서 금세기를 거치는 동안 정신분석이론(Psychoanalytic Theory)이 체계화되면서 이 두 가지 심리학파의 경합 결과 다양한 정신치료의 기법들을 만들어 놓았다.우선 행동주의 심리학이 발전시켜놓은 인지행동치료부터 다음과 같이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저 한다. 행동치료실험 1례실험용 쥐의 몸통을 깁스해 다리는 뛰어가도 몸이 움직이지 못하게 해둔 후, 식사시간이 될 때마다 음식냄새만 풍겨주고 뛰어가서 음식은 못
[1L]청소년들이 즐겨보는 MBC TV의 ‘생방송 음악캠프’에서 남성 출연자 2명이 방청객들 앞에서 바지를 벗고 성기를 내보이는 사건이 벌어졌다. 바지를 벗는 순간부터 성기를 노출한 때까지의 12초 동안 이 장면은 전파를 타고 안방에서 TV를 보는 모든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또 KBS 드라마에선 며느리가 시어머니 뺨을 때리는 장면이 나오는 등 우리 사회의 기성 사회적 통념에 비추어 상상하기 힘든 장면들이 대중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고 있다. 인디밴드의 노출 사건은 엽기적이라거나 성도착적인 사건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외국의 공연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신과에 대한 편견은 유별나다. 그것은 문화적인 영향도 크겠지만, 우리나라에 서양의학이 도입돼 정착하는 과정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19세기 의학을 지배한 독일의 병리학자 비르효는 공공연하게 ‘건강에서 정신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해 왔는데, 일제시대 때 독일식의 의학공부를 한 우리 선배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하는데 있어 정신과적 문제를 도외시하고, 모든 병을 신체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1L]오늘날까지도 정신과 하면 미친 사람이나 가는 곳으로 인식하고, 신경증적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정신과에 가기를
[1L]사람들은 왜 도박을 하는가? 처음부터 돈을 따려고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심심풀이, 재미와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이들 중 일부의 사람들이 중독에 빠지게 된다. 도박이 주는 스릴과 쾌감, 이걸 잊지 못하고 발걸음이 도박장을 향하게 된다. 재미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스트레스 해소의 작용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도박이란 때에 따라 심각한 후유증을 낳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의 긍정적 기능도 있다. “중독자는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다고 우긴다”도박중독자는 크게 자극추구형과 현실도피/적응장애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