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저널]지은이: 육가은드넓은 미나리꽝에 봄이 먼저 와서 앉아 있다 코바늘을 들고 온 봄비 땅을 뜨개질 한다 코바늘이 만들어 놓은 바람구멍 사이로 머리를 내민 미나리 싹 말하기보다 듣기를 잘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듯 입보다 귀를 먼저 달고 나왔다 미나리싹이 먹는 건 봄볕 한줌과 물 한 모금 나는 호기심 신발을 신고 한 발짝 한 발짝 미나리를 보며 내 탁한 피가 초록으로 물든다 미나리꽝을 추르게 채우는 봄비 미나리들을 춤추게 한다 농부는 선물을 받은 듯 봄 미나리 살찐 맛을 즐기려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숫돌에 낫을 갈고
[엠디저널] 지은이: 서천숙 겁 먹은 아이처럼 쓸쓸한 가을과 스치는 낙엽이 두렵기만 했었는지 엄마 품에 달려와 와락 안기는 아기 모습 햇살 마냥 정겹고 사랑스러워 아 이젠 정녕 봄이 오나 봐 빙하의 끝으로 돌아가는 철새들 냉소의 소곤 속삭임 안도의 숨 포근한 기쁜 영혼의 미소 어느덧 그 긴 늪을 지나 겨울 개구리 긴 잠이 아쉬워 소망의 날개짓 소리 반갑다
지은이: 조영철 하얗게 눈이 내린 강원도 인제 들판에 자주색 원피스에 감색 외투를 입은 빨간 산수유가 육군 일등병을 면회 왔었지 가슴에는 눈(雪) 배지를 달고 양지를 찾아 남미 파라과이에서 헤맬 때는 불볕으로 오더니 여기 닻 내린 시애틀의 벌판 50년 전 그 눈이 태평양을 건너와 발목을 덮는구나 대장 계급을 꿈꾸던 바램도 빨갛게 익히자는 약속도 감싸 안은 하얀 눈길을 손잡고 밟는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 빨갛게 울린다
[엠디저널]지은이: 권용태나무는 겨울 바람을 탄다 나무는 겨울 음악을 연주한다 나무는 짙은 색감으로 겨울 판화版畵를 그린다 겨울나무 아래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초록 댕기의 몸짓, 수인囚人의 결박 같은 수액樹液의 눈물을 보았다 바람이 불 적마다 불길한 까마귀는 날고 그리운 봄을 기다리며 겨울나무는 끝내 날개를 접었다
[엠디저널]지은이: 안윤자 나를 가련하다 여긴 적은 없어도 외로운 사람이란 생각은 날마다 한다 ‘인간은 존재 자체가 외로운 것이에요’ 몽환의 덫에 갇혀 음전했던젊은 날의 사유를 위한 헌사 그때도 외로운 건 실은 고름 같은 통증이었어 ‘고독은 몸에 잘 맞는 옷과 같아요’ 종달새처럼 노래를 불렀지만 그 말 이젠 입술에도 대지 않으리 제아무리 외로움에 덧칠을 해도 눈물로 씹는 빵일 터이니 안윤자 시인 - 가천대학교 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 가톨릭의대부속성바오로병원, 서울의료원 의 학도서실장으로 재직 - 1991년 한국문인협회 [월
[엠디저널]사진: 윤현옥 (Rainbow Clinic 원장) 글: 양지원 (문화예술학 박사 / 편집위원)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그곳이 내게 평안을 주는 공간, 마음을 풀어내는 공간. 귀로 듣는 조경, 조약돌 사이사이를 흐르는 물소리는 고요해야만 들을 수 있다. 이곳에서 사진 한 컷을 나의 손에 들고 있었다. 라르고*와 안단테*처럼. (*라르고 - 빠르게, 느릿하게 연주해야 함을 뜻하는 음악용어, *안단테 - 날숨으로 호흡을 가다듬고 중후한 느낌으로 연주해야 함을 뜻하는 음악용어) 편안함 숫자로 매길 수 없는 가치의 매력은
아침에 뜬 달 청운 전병덕 쓸쓸했던. 밤하늘도슬슬 물러날쯤하늘 빛이 상쾌하게결 고운 갈바람 되어내려 앉는다 쓸쓸한 걸음으로가을 새벽을 걷다말고하늘을 무심히 올려다 본다 밤새워 사랑을 속삭였는지졸린 눈빛의 새벽달을 보았다 그동안 달은 초저녘에뜨는줄 알았다아쉬운 사랑놀이를 하는 동안별들도 숨어 버리는줄도 모르고아침 햇살에 들켜 버렸다 꽃잎이 스쳐간 자리는그리움들이파란 호수가 되어아침에 뜬 가을 달을 삼킨다 그렇게 가을숲은 호수에가만히 잠기는 동안따사로운 아침햇살이 게으른낮달을 놀리는 아침이다. =========까만 밤하늘이 파란 별들의
바위와 이끼 이 경 덕 이끼는등을 내어 준든든한 바위가늘 고마윘고, 바위는따가운 햇빛을 가려주고추운 등을 덮어 준 이끼가더 고마웠어요. ====바위가 고운 옷을 입었어요. 차가운 바위는 따뜻한 생명을 얻고, 이끼는 예쁜 집을 얻었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둘이는 친구가 되어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몸이 되었지요. 친구는 그런 거랍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이,서로 사랑하고 위해주는 예쁜 마음이 담겨 있는 사이,바위와 이끼는 그래서 오늘도 행복합니다. ==
한가위 알밤이 "톡톡"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풍성한 추석 명절입니다.추석은 한 해의 풍년을 감사하는 전통 명절입니다.그래서 조상님들께 햇과일 곡식 등으로 정성들여 차려놓고. 감사의 예를올리는 아주 뜻깊은 날입니다.명절날 드리는 이런 예절 풍습을 차례(茶禮)라고 합니다.차를 올리는 예절,즉 송편 등 한과는 다식(茶食)이요,사과 배 대추 밤 등은 삼색실과(三色實果: 밤ㆍ대추ㆍ잣 또는 밤ㆍ대추ㆍ감)라고 하여 다과(茶果)라고 합니다요즘처럼 품요가 넘쳐 산 자들이 먹을 것 잔뜩 준비하느라, 고부 갈등으로 이어지고 이혼까지 가는 그런 미련한
[엠디저널]지은이 : 권용태 가을엔 모든 잃어버린 기억들도, 떠나간 사람들의 얼굴도, 사랑의 엽서처럼 찾아내 수채화로 스케치해야 한다 가을엔 추억의 저편, 그대가 꽃으로 피어나 조용히 걸어오시는 회한의 언덕에도 올라가 보아야 한다 가을엔 새살처럼 돋아나는 상흔傷痕의 상처를 지우고 끝내 부치지 못했던 사랑의 편지를 띄우고 싶어라
[엠디저널]지은이 : 가밀라 김기억마저 푸르게 칠해놓고 일찍 일어나게 하는 여름 당돌한 여름은 휘파람새를 불러 기억을 한 장씩 넘기게 하고 바다에서 건져올린 비바람을 입고 흙과 꽃, 나무를 강하게 해 그늘을 풀어 그네를 단다 나는 그네에 앉아 그림자를 늘어트려 속도를 늦추고 카운트테너 음색의 휘파람새와 소프라노 음색의 해바라기와 테너의 음색을 가진 회화나무의 짙푸른 크로스오버 소리를 듣는다 그리곤 연습이 필요 없는 여름 정원 속으로 들어간다
[엠디저널]-지은이: 권용태기억의 저편에서그대가 조용히 걸어오시네바람이 몰고 온 등불처럼내 안에 항상 그리운 섬으로정박碇泊해 있네 다시 만난 새벽,꿈길에서 만났던 그대의 이름을 지우려고 눈물로 적신 밤을 지새우지만 묻어 둔 사랑은 더욱 목이 타오르네 바람은 울지도 못하고 바다에 머물러 있고 저물도록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대, 내 그리움은 한 번도 지쳐 쓰러지지 않았네 수평선 위에 떠 있는 섬, 섬이 바라다보이는 꽃밭에서 그대의 이름을 부르며 못다 한 말 한마디 남아 붓꽃처럼 푸른색으로 쓸쓸히 울었네 아직도 그대는 구름 속에 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