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저널] 15세의 소년읜 준수한 귀공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부모님은 오랫동안 많은 마음의 걱정을 해오셨습니다. 머리에 비해 학교성적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물론 요즘에는 대마초를 피우다가 발각된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오늘 소년의 임상 증상은 예전과 아주 달랐습니다.우선 저는 부모님께 바깥에 나가서 기다려주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유태인 건축기사 아버지는 비록 소년의 어머니와는 이혼했지만 이들의 상담 시간에는 반드시 부모님이 같이 참석을 하셨습니다. 50이 넘은 나이에 자신의 우울증을 이해하겠다면서 박사학
[엠디저널]말이 없는 아이아주 또릿또릿하게 생긴 여섯 살배기 소년이 엄마의 손에 끌려 찾아왔습니다. 영리하게 느껴지는 반짝이는 눈동자나, 엄마와 소곤거리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무슨 문제가 있으리라고는 짐작이 가지 않는 소년이었습니다. 실력이 상당히 좋은 아이들만이 입학이 가능한 사립초등학교 1학년생이라 합니다.“이름이 뭐지?”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혹시나 청각에 문제가 있나?’하고 의심하기에는 소곤거리는 소리일망정 엄마와 나누는 대화가 너무나 분명하고 문제가 없었습니다.“어느 초등학교에 다니지?”“좋아하는 친구 이름 하나만
[엠디저널]60세의 라틴 아메리카 주부는 한 달 전에 비해 아주 표정이 밝았습니다. 남편과의 문제 때문에 잠을 못 자고, 가끔 죽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다가, 화가 날 때마다 사탕이건 과자건 먹어댔더니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는 그녀에게 제가 권고한 것은 다음의 다섯 가지였습니다.첫째, 30여 년 간 같이 살면서 느꼈던 남편의 문제점, 특히 음주벽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할 것.둘째, 나에게만 모든 기대를 걸어볼 것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이나 자원봉사를 찾아 볼 것.셋째, 새 친구를 찾아보거나, 옛 친구들을 새로운 마음으로 대할 것.
[엠디저널]이제는 어른이 된 세 아이들이 크는 과정에서 남편은 고등학교 시절 스승얘기를 많이 했다. 자신이 일생동안 “아버지와 나눈 이야기는 2백 마디가 안될 만큼 전통적 한국식 자녀교육”을 받은 그로써는 청소년기에 영향을 끼친 스승들이 ‘어른의 상’이었다.‘호드기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한문을 가르치신 강직한 노인이셨는데 숙제를 안 해오거나 떠들어대면 학생들 앞에서 본인의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리고 ‘호된’채찍질을 가하셨다고 한다. 비록 어린 학생들이라도 선생님께서 “내가 너희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이지 못했으니 대신 벌을 받으마!”
[엠디저널]요즈음 가장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은 과연 어떤 병일까?이 시기에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난다. 우선 뇌하수체 조직의 발육에 의한 성장호르몬, 갑상선호르몬 그리고 성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진다. 심하게 변해가는 신체에 못지 않게 『자아정립(Self-Identify)』을 위한 갈구하게 된다. 그렇다고 정신적 독립이 쉬운 것도 아니니, 이들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자신으로부터 또는 주위로부터).겁나는 것을 숨기려고 이들은 무모한 모험에 빠져들거나, 친구 따라서라면 지구의 끝(?
[엠디저널]필자는 정신과 의사를 20년간 한 후 중년의 위기를 맞았고, 위기를 이겨나가는 안간힘의 하나로 신학공부를 했다. 특히 ‘기독교 초기 역사’ 공부를 통해서 나는 서양인들의 ‘궁극적 질문’에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질문’의 중요성을 배웠다. 더 중요한 문제일수록 인생에는 정답이 없거나 그 답은 시대나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도 배웠다. 1992년 ‘프로작(Prozac)’이 시판되자 미국 의학계는 희망에 부풀었다. ‘마음의 병’이라고 생각하여 ‘의지만 강하면 이길 수 있다!’고 믿었던 우울증이 사실은
[엠디저널]마흔 세 살의 나이에 맞지 않게 응급실에서 저를 기다리는 백인여성은 젊고 아름다웠습니다. 이십여 년 간 거식증을 앓은 그녀는 대부분 거식증 환자의 경우처럼 상류가정에서 태어났고 지식이 뛰어나며 부모님의 말에 잘 따르는 모범생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상급반, ‘아름다운 몸매’가 나타날 때쯤부터 그녀는 ‘살찌는 데 대한 심한 공포’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식구들의 눈을 피해 극도로 심한 운동을 시작했고 헐렁한 옷을 걸치고 다녔기 때문에 처음에는 누구도 눈치를 채지 못했습니다. 월경이 몇 달간이나 끊어졌었지만 자신만
[엠디저널]장년시절을 매듭짓는 45~60세까지의 중년기는 바로 이에 맞물려 어른이 지나가야 하는 계단입니다. 비록 사춘기에서처럼 키가 큰다거나 월경이 시작되는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지만, 종점에 도착할 마지막 열차를 타기 전에 지도를 읽으며 방향을 잡는 기간이 되겠지요. 제가 이렇게 ‘사추기’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마음의 준비도 없이 49세의 남편을, 제 나이 마흔 아홉에 잃은 후였습니다.서너 살이 되면 남자아이는 ‘엄마에게서 떨어져 나와’ 남자답게 행동하라는 주위의 압력을 받게 됩니다. 밖에 나가서는 활발하게 놀아야
[엠디저널]아니, 어린 아이들이 편두통이라니!!동서양을 막론하고 부모님들은 이 현상에 대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아이가 조퇴를 하거나 결석하는 횟수가 많아지면 의심은 더욱 커지기 마련입니다. 며칠 전 제가 본 8세의 영리하고 아름다운 소녀는 이 문제가 생긴 지 이미 일 년이 넘었다고 합니다.소녀는 그 동안 신경내과 전문의에게 뇌파, 두뇌, 혈액과 소변 검사는 물론 MRI특수자장 대뇌 검사를 했음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명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혹이 생기거나 염증, 또는 부러진 두개골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엠디저널]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따라 온 10살짜리 백인 소년은 줄곧 저에게 “나는 정신과 의사를 만나 볼 필요가 없어요!”라고 항의하였습니다. 소년의 불평 원인은 다른 대부분의 환자들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소아정신과 의사(Child Psychiatrist)’란 본래 17세 미만의 미성년자들이 소아과 의사에게 신체적 검진을 받는 것처럼 이들에게 정신적 감정이나 치료를 행하는 특수분야이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의사를 찾아서 오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지요. 대부분 환자 주위의 사람들, 즉 선생님, 부모님, 경찰관, 친구 등등
[엠디저널]소년은 초등학교 1학년생답지 않게 의젓한 여섯 살배기였습니다. 누나와 함께 같은 학교에 다니는데, 공부를 열심히 해 학업성적도 좋았습니다. 최근 들어 잠을 잘 못 자고 학교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기 전까지는…소년의 어머니 : 6개월 전부터 우리 아이에게 ‘조사하고 또 조사하는’버릇이 생겼어요. 부엌에 있는 가스오븐레인지가 완전히 잠겨져 있는지 확인하고 자러 갔다가도 ‘행여나!’하는 불안감에 다시 부엌에 가는 거예요. 이러기를 어떤 경우엔 자정이 넘도록 반복하다 지쳐 잠이 들곤 하지요.소 년 : 저도 제 행동이
[엠디저널]여덟 살짜리 소년은 눈을 반짝이며, 뛰다시피 제 사무실로 들어왔습니다. 그 뒤를 따라 금발을 묶은 30대 엄마와 나이 들어 보이는 아버지가 반갑게 악수를 청하면서 저를 찾았습니다. 보통 저를 찾는 청소년이나 아동들이 ‘정신과 의사’라는 동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나 아니면 이미 신물 나게 겪어온 터라 찡그리면서 맞는 경우와는 달랐습니다.소년은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엄마의 외동아들로 유치원 때부터 주의가 산만하여 옆의 아이들과 말을 많이 하거나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지를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워낙 머리가
[엠디저널]깨끗한 유니폼을 새하얗게 입고서 나를 찾아온 제니를 처음 본 것은 3~4년 전이었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쉬기가 힘들어지며 심장 박동이 너무 빨라져서 응급실에 갔더니 그녀가 상상했던 심장마비 증세가 아니라 심한 불안증세 때문이라면서 응급실 의사의 권유대로 정신과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남미의 엘살바도르에서 태어나, 전쟁통에 변변한 학교를 다닌적이 없다는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잘 구사하며, 영리하였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시던 첫번째 남편과 이혼을 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들어 온 용
[엠디저널] 내가 낯선 서양 땅에 와서 살고 있는 것을 느끼게 하는 곳이 한 군데 있다면, 바로 공동묘지(Ceme-tery)다. 이 초록 공간에는 울타리가 분명치 않다. 한국의 ‘묘자리’는 큰돈을 주고 산 묘지이든, 공동묘지이든 옆의 무덤과의 경계가 분명하다. 개인주의가 확실하게 나타난다. 생전에는 서양인들의 개인주의가 유난스러운 것에 비해서 한국에서는 사후에 개인주의가 강한 것 같다. 아니면 자손들의 염원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가끔 찾아보는 ‘장미 언덕(Rose Hill)’이나 ‘숲속 정원(Fores
[엠디저널]요즘 내가 살고 있는 LA는 온통 주위가 불바다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TV화면을 통해서 나무들이 쓰러지고 집들이 타는 장면들을 본다. 신문에는 어린 꼬마가 자신의 타다 남은 침대머리 철판을 손에 들고서 잿더미 속에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무섭고 안타까운 일이다. 불길과 멀리 떨어져 있고 어른인 내가 이토록 마음이 불안한데 불 가운데에 싸여있는 숲속의 집 가족들 마음은 얼마나 초조할까 상상해본다.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힘들어 질 것이다. 입 속이 마르고 식욕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근육이 긴장되어 자신도 모르는
[엠디저널]청년은 동부의 유명한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을 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하였다. 그런데 몇 달 지나면서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가끔 새벽 두세 시에 전화를 걸고서 엉뚱한 얘기를 했다. 가끔은 죽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그는 심하게 술을 마셨다. 1년이 못 돼서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으며, 자살 기도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그의 부모님은 부랴부랴 그를 집으로 데려왔다.그의 부모님이 들려주는 과거력은 다음과 같았다. 준수한 용모로, 영리하게 태어난 그는 집안의 귀여움을 온통 독차지하면서 자랐다. 그러나 유치원에 가면서부터 부